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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30년만에 핵탄두 늘리고 영·독과 핵우산 구축한다”

중앙일보

2026.03.0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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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략핵잠수함(SSBN) 르테메레르가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핵탄두 숫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냉전 종식 후 30여년 만에 핵탄두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안보를 소홀히 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맞서 미국 없는 ‘유럽 독자 핵우산’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내 유일한 핵보유국인 프랑스는 지난해 또 다른 핵보유국인 영국과 핵공유 협정을 맺은 데 이어, 이날 독일과도 합동으로 핵전력을 운영하는 논의를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핵탄두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 르테메레르가 배치된 일롱그섬 해군기지에서 “우리 (핵) 억지력이 현재와 미래에도 확실한 파괴력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게 내 책임”이라며 “핵탄두 숫자를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추측을 방지하기 위해 핵무기 숫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의 선언대로라면 프랑스는 냉전이 종식된 199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핵탄두를 증강하는 것이다. AP통신은 프랑스가 핵탄두를 늘리는 건 92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90년대 초반 약 540기의 핵탄두를 가졌던 프랑스는 이후 자발적으로 감축에 나서 현재 약 290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4위 보유량이지만, 5000기가 넘는 러시아·미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향후 50년은 핵무기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2036년 ‘무적함(The Invincible)’이라는 이름의 신규 핵무장 잠수함을 진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내세운 핵전력 증강의 근거는 크게 3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군사력 증강 ▶미국의 안보 우선순위 변경이다.

이 같은 요인을 유럽의 안보 위기로 규정한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 핵교리에 영국·독일·폴란드·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스웨덴ㆍ덴마크가 동참한다고 밝혔다. 핵탄두 증강이 유럽 자체 핵우산 계획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자국 공군기의 동맹국 임시 배치를 허용하겠다며 유럽 국가들과 관련 협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자 유럽에 자국의 핵우산을 씌우겠다고 제안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핵우산 구축의 핵심파트너로 독일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전략시설 방문과 합동훈련 등 협력의 첫 단계가 올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지난달 13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핵우산 논의를 공식화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교리적 대화와 전략적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핵운영 그룹을 만들었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 의무를 지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억지력과 핵공유 체계를 대체하지 않고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90년 동독과 서독 통일 당시 미국·영국·프랑스·소련과 맺은 ‘2+4 협정’으로 핵무기 개발이 원천 차단됐다. 유럽에선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나토 회원국에 미국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다른 유럽 국가도 마크롱 대통령의 뜻에 동조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안타깝지만 앞으로 몇 년간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핵 증강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EU를 탈퇴한 또 다른 핵보유국 영국도 같은 뜻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핵공조를 진행 중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해 7월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무기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한편 유럽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원칙적으로 뜻을 같이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가 이 문제에 휘말리거나 관여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개별 동맹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도 이란의 중동 국가 공격을 규탄하면서도 미국의 이란 공격 동참엔 선을 긋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영국이 인도양 차고스제도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불허했다. 매우 실망했다”고 말하자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방어 목적’에 한해 기지 사용을 허용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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