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내 인터넷은 하늘 위 위성으로 연결됐고, 요리하고 붓글씨 쓰는 로봇은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했다. 삼성전자와 샤오미의 대형 광고판이 경쟁하듯 위치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 입구. 2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MWC 26’ 현장에는 통신기술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다양한 미래 혁신 기술 사례들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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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들고나온 통신사
개막 2시간여 전부터 인파가 몰린 이곳 전시장은 홀린 듯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하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각 부스엔 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 안경 등 AI(인공지능)를 입은 화려한 ‘피지컬’ 기기들이 시선을 끌었다.
일본 통신사 KDDI는 식당 주문 및 예약을 돕는 로봇을 부스 전면에 세웠고, 중국 차이나모바일은 식재료를 나르고 ‘福’(복) 자를 붓으로 직접 써 관람객 손에 쥐여줬다. 이들의 목적은 로봇 하드웨어 자체를 보여주려는 것은 아니었다. 로봇을 통해 각사가 구축한 AI 기반 서비스 또는 네트워크 성능과 실제 활용 사례(use case)를 보여주고,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데 있었다.
국내 통신사들도 로봇을 실제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인프라를 강조했다. SK텔레콤은 현실 공간을 그대로 복제해 움직임까지 반영하는 실시간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보였고, KT는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이라도 에이전트끼리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 플랫폼 ‘K RaaS(케이 라스)’를 공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작년이 AI를 ‘말하던’ 해였다면, 올해는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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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크의 ‘디바이스 공세’
지난해에 이어 샤오미·아너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존재감도 거셌다. 관람객들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중국 아너의 짐벌 카메라가 달린 ‘로봇폰’이다. 이번 MWC 현장에서 최초 공개했다. 휴대전화 화면 앞에서 손을 흔들면 짐벌 카메라가 달팽이 더듬이처럼 튀어나오고, 피사체의 움직임에 맞춰 카메라가 상하좌우로 부드럽게 따라 움직였다. 샤오미가 지난달 28일 론칭 계획을 밝힌 전기 하이퍼카도 실물이 전시됐고,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AI 어시스턴트 ‘큐원(Qwen)’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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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G 시대의 예고편
로봇·모빌리티·XR(확장현실) 기기가 실시간으로 매끄럽게 상호작용하려면 초저지연·초연결 네트워크가 필수다. 이를 가능하게 할 차세대 통신 기술 6G(세대)가 이번 MWC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KT 네트워크연구소장 이종식 전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만 해도 5G 수익화가 충분치 않은데 왜 6G를 논의하느냐는 회의론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통신사들이 연합해 6G 표준 논의에 적극 의견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MWC 개막 전후로 거대 반도체 업체 중심의 6G 연합 출범이 잇따랐다. 엔비디아는 SKT와 소프트뱅크·T모바일·에릭슨·노키아 등 굵직한 업체들과 AI-네이티브 기반 6G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퀄컴이 꾸린 ‘6G 연합’엔 LG전자가 이날 합류하기로 했다. KT는 같은 날 ‘6G 네트워크’ 청사진을 공개하며 지상·해상·공중을 아우르는 통합 통신망 구축 구상을 밝혔다. 어디서든 통신이 끊기지 않는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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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계에 들어오는 우주·위성
6G 시대, 통신이 끊기지 않으려면 지상망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한계를 하늘에서 깨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소개됐다. 개막식 키노트(기조연설) 무대에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임원진, 우주비행사 등이 총출동했다. ESA(유럽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 팀 피크는 10년 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6개월간 머물던 시절을 떠올리며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우주에서 본 지구 모습을 보여줬던 기억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우주에서도 연결은 일상이었다는 메시지다.
이어 연단에 오른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은 “하늘과 땅을 매끄럽게 잇는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 세계 연결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상 기지국이 효율적인 곳에는 기지국을, 그렇지 않은 모든 곳에는 스타링크를 둬서 함께 격차를 메워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스페이스X는 MWC의 중심부인 3홀과 5홀 사이 외부에 부스를 꾸렸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지붕 위에 최소 6개 이상의 접시형 안테나를 설치해 부스 내부 인터넷을 모두 위성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마련된 우주통신 전용관에는 위성 통신 업체들의 전시 부스도 마련됐다. 스페인 위성통신 스타트업 사텔리오트(Sateliot) 관계자는 “이번이 첫 전시”라면서 “해상·사막·산악 지역 등 기존 통신망이 닿지 않는 영역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