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다. 미국의 대이란 공격 ‘장대한 분노’를 지켜본 한국 정부의 속내 얘기다. 미국을 편 들자니 주권 국가에 대한 일방적 무력 행사를 지지하는 게 되고, 비판하자니 한·미 간 통상 및 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각을 더 세우는 게 된다. 정부의 메시지 외줄 타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외교부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 이틀 뒤인 지난 2일 “우리는 북한 핵문제의 당사국으로서 국제 비확산 체제의 수호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해오고 있다”(박일 대변인 성명)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공습 명분으로 내건 ‘핵 개발 저지’에 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침공 당일인 지난달 28일 내놓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모든 당사자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박일 대변인)을 촉구한 성명보다 한 걸음 나아간 측면은 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 행위 자체에 대한 입장, 이란의 불법적 핵 개발에 대한 평가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추가 성명도 “이란에 의한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일본의 입장 발표가 나온 뒤에야 발표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국 -이스라엘 공격에 대해 평가를 하거나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남겨두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해 우리 국민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어야 한단 방향성을 갖고 있고 또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외교적인 소통을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처럼 선명한 메시지 발신에 소극적인 것은 이번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관련한 정당성을 두고 국제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를 임박한 위협에 대응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라 주장하며 자위권의 범주에 넣으려 한다. 반면 국제 사회 일각에선 이번 타격이 잠재적 위협을 미리 제거하려는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미 ABC 방송은 2일(현지시간) 미 정보 당국은 작전 개시 전 이란이 미국 자산을 겨냥한 선제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비공개 의회 브리핑에서 이렇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예방타격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선제적 공습이라고 했지만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법상 선제공격 요건은 즉각적인 임박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미국의 결단을 선뜻 지지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럴 경우 미국의 논리를 북한에 그대로 적용해 역시 일방적인 무력 행사에 나서는 것을 저지할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이란이 곧 한반도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최대 동맹인 미국을 향해 ‘국제법 위반’이라 날을 세우는 것 역시 한국 정부가 취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한 소식통은 “산재한 한·미 간 안보·경제 현안을 고려할 때, 우방의 군사 작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밀한 상황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정치권은 이런 정부의 정중동 행보를 두고 양 극단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가적인 유혈 사태를 막고 평화를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지난달 28일 박수현 수석대변인)며 정부의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반면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미국의 침공 행위”(조국혁신당 한기선 대변인), “정부는 미국의 불의한 전쟁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진보당 정혜경 의원)는 미국 규탄론도 잇달았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태도를 ‘굴종’으로 몰아세웠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란은 김정은이 마주할 미래의 예고편”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굴종적 대북 정책을 철회하고 국정의 틀을 전환하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정부가 메시지 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행동을 지지하면 다음 타깃을 북한으로 삼을 때 방어 논리가 약해지고, 지탄하기엔 아무런 이득을 얻을 게 없다”고 진단했다. 또 “정부가 지금처럼 자발적 침묵을 유지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 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