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적자가 깊어지면서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할인 특약을 잇달아 손질하고 있다. 출산 장려와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도입했던 다자녀·걸음수 등 일부 특약 할인이 축소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MS)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달 26일부터 다자녀 특약 할인을 폐지했다. 삼성화재는 2024년 4월부터 기존 ‘자녀사랑 할인’ 특별약관에 2인 이상 자녀를 둔 가입자에게 '다자녀 할인' 특약을 추가 적용해 보험료를 할인해왔다. 다자녀 가구의 경우 안전 운전에 더 주의하면서 사고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운용 결과 다자녀 가구의 사고율이 자녀 1명 가구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며 “계약자 간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위해 해당 특약을 폐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도 오는 4월부터 걸음수 특약 할인율을 조정한다. 이 특약은 하루 5000보 이상 달성 일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할인하는 구조로, 활동량 증가가 질병 및 사고 위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설계됐다. 연령과 운전자 한정 조건에 따라 최대 9%까지 보험료가 할인됐다. 2021년 9월 도입돼 2024년 4월 할인 폭이 확대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손해율이 오르며 적자가 커지자 혜택을 축소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 조정을 검토 중이다. 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상위권의 대형 손보사가 본격적으로 특약 할인 재조정에 나선 만큼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자동차보험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메리츠·삼성·현대해상·KB·DB 등 5대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조4297억원으로 전년보다 11.5% 줄었다. 특히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만 4500억원대 적자가 발생해 전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2년 이후 물가 안정 기조 속에 보험료 인하 압력이 이어지면서 손해율 부담이 누적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80.7%, 2024년 83.8%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5년 86.9%(단순 평균)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1~12월에는 5대 손보사 손해율이 모두 90%를 넘었고, 올해 1월도 88.5%로 전년 동기(81.8%) 대비 6.7%포인트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90%를 넘으면 사실상 적자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 같은 손해율 상승에 대응해 대형 손보사들은 올해 2월 자동차보험료를 5년 만에 1.3~1.4% 인상했다. 다만 평균 보험료(약 70만~90만원) 기준 1%대 인상 시 연 7000원~1만원 수준으로, 기본 보험료 조정으로는 손해율 개선에 역부족이란 평가다. 사실상 특약별 수익성을 점검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특약 구조를 손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산·건강 장려 취지로 도입된 특약이 가장 먼저 축소되면서 소비자 반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홍보해온 상품이 수익성 악화 국면에서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보험은 필수재라는 이유로 대인·대물 배상 보험료가 정부의 그림자 규제 영향을 받아 시장 논리대로 조정되기 어려웠다”며 “보험료 인상 여력이 제한되다 보니 그동안 호혜적으로 제시했던 특약할인 옵션을 거둬들이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위해 보다 자율적인 요율 조정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