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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 울릴 새도 없이 쾅"…美방공망 뚫은 단 한발의 '스쿼터'

중앙일보

2026.03.03 00:28 2026.03.0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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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2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에 대해 직접 브리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놀라운 방공망을 보유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아주 드물게(every once in a while) 이를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를 스쿼터(squirter)라고 부른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펜타곤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미사일 반격으로 미군이 사망했다고 설명하면서 소수의 스쿼터가 피해로 이어졌음을 시인했다. “그게 요새화된(fortified) 전술 작전 센터(TOC)를 타격했다”면서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댄 케인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우리 요격망이 계획대로 가동돼 미군 등을 겨냥한 수백 개의 탄도 미사일을 막아냈다”고 자부했지만, 막지 못한 한 발이 미군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이란 스쿼터의 ‘가성비 위력’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과 수십 년 간 미사일 협력을 지속해온 북한 역시 대량의 드론,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을 섞어 쏘는 포화공격(saturation) 태세를 갖추는 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이어 두 번째 ‘테스트 베드(test-bed)’를 획득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방공망이 놓친 한 발이 준 피해는 적지 않았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쿠웨이트 남부 항구도시 슈아이바 민간 항구에 마련된 임시 TOC를 이란이 공격한 건 1일 오전 9시 직후였다. 대피 경보를 울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발사체가 건물 중앙을 직접 타격했다.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지휘소 내부는 새까맣게 그을렸고, 폭발 충격으로 벽체가 일부 떨어져 나갔다. 당시 근무자는 수십명이었으나, 장병들이 벙커 등으로 몸을 피할 겨를도 없는 상황에서 소재 파악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미 측이 사망자 수를 처음 3명으로 발표했다 6명까지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방공망을 뚫은 미사일은 리커(leaker)라고 부르는데 헤그세스 장관이 이를 스쿼터로 칭한 것도 눈길을 끈다. 스쿼터는 통상 공습 등 작전 직후 목표 지점에서 도망치는 적군을 의미한다. 헤그세스가 스쿼터라는 단어를 쓴 건 운 좋게 방공 시스템의 틈을 뚫은 예외적인 돌발 상황이었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그만큼 미국이 예상치 못한 한 발이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이는 북한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으로썬 일단 한 발이라도 한·미의 주요 표적을 때리면 되는 해볼 만한 가성비 게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짚었다. 꾸준히 ‘미사일 다종화 포트폴리오’ 완성을 꾀하고 있는 북한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30일 "김정은 동지께서 12월 28일 중요군수공업기업소를 방문하시고 무기전투기술기재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물론 ‘요격률 100%’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90% 이상만 돼도 뛰어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선순위를 정해야지, 모든 표적을 지킬 수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전투의 추세는 적의 방어망 역량을 초과하는 다수의 공격 자산을 동시에 퍼붓는 포화공격 양상을 띤다. 100발이 쏟아질 때 90%의 요격 성공은 10발의 피해만 남기지만, 날아오는 발사체가 1000발이 되면 90%를 잡아내도 100발은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는 뜻이 된다.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특수’를 맞아 무기 현대화와 생산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 600㎜ 초대형방사포(KN-25)를 생산하는 군수공업 기업소를 방문해 방사포 차 생산실태를 점검했다. KN-25는 사거리가 최대 400㎞에 이르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핵 탑재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엔 북한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CRBM)을 탑재할 수 있는 TEL 250대를 전방에 배치하는 움직임이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무인기 전문 부서를 신설했고, 김정은은 자폭 드론 대량 생산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다양한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포화공격에 나서며 핵까지 섞어 쏜다면 한국의 방공자산을 상당 부분 소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북한 경제시찰단 단장으로 지난 2024년 이란을 방문한 윤정호 당시 대외경제상이 제6차 이란 수출박람회에 꾸려진 이란 자동차 제조사인 사이파의 부스를 방문해 차량을 시승하는 모습. 사진 사이파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특히 북한은 이란과 1990년대부터 꾸준히 미사일 분야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해 2월 이란의 반정부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 첩보를 근거로 “이란이 북한에서 넘겨받은 설계도를 바탕으로 사거리 3000㎞에 이르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란 셈난 인근 미사일 기지에서 북한 설계에 기반을 둔 ‘시모르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모르그 미사일은 설계가 북한의 은하-1호(UNHA-1) 로켓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의 핵심 중거리 탄도미사일 전력인 샤하브-3가 북한 노동미사일에 기반을 뒀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가 미 측 방공 자산 체계와 유사하게 설계된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스쿼터 발생은 미국의 다층 방공망인 이지스 SM-3, 사드(THAAD), 패트리엇(PAC-3) 체계가 뚫렸다는 뜻이 될 수 있는데, KAMD 역시 같은 개념을 차용한다. 이번 전쟁을 지켜본 북한이 미 방공망에 부하를 유발한 미사일 규모 등을 토대로 유사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양 위원은 “현재 저고도 대응이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군이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요격체계(LAMD) 전력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지만, KAMD와의 통합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새로운 방공 체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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