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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2년째 2조원대…노동부, 매달 체불률 공개로 관리 강화

중앙일보

2026.03.03 00:42 2026.03.03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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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액이 2년 연속 2조원대를 기록하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임금체불률 등 신규 통계를 매달 공개하고, 신고 사건뿐 아니라 사업장 감독과 체불 피해 노동자 전수조사 등을 통해 ‘숨어 있는 체불’까지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임금체불 총액은 2조67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2조44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2조원대를 기록했다. 체불 임금은 2021년과 2022년 1조원 초반대를 기록하다가 2023년 1조7845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임금체불 규모는 선진국과 비교해 유독 큰 편이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연간 체불액은 98억엔(약 970억원), 미국은 2억267만 달러(약 2980억원)에 그쳤다. 노동부는 “일본과 미국은 체불 분쟁의 상당 부분이 민사 절차나 자율조정으로 해결돼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국의 임금체불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데는 정부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서 임금체불이 유독 많은 배경으로 노동부는 ‘사회적 인식과 관행’을 꼽았다. 노동부는 “해외에서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노동자가 곧바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몇 달 뒤 주겠다’는 말에 서로 양해하며 기다리는 관행이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이 임금을 가장 먼저 지급해야 할 돈으로 보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 개선과 보다 정확한 원인 진단을 위해 노동부는 매월 임금체불 관련 통계를 확대해 공표하기로 했다. 기존의 체불 총액 중심 집계에서 벗어나 총 11개 지표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통계 체계를 개편한다. 새로 공개되는 지표에는 임금체불률(임금 총액 대비 임금체불액 비율)과 체불노동자 만인율(임금 노동자 1만명당 체불 피해자 수)을 비롯해 체불 사건 처리 결과·업종·규모·국적·지역별 체불 현황 등 8개 항목이 새롭게 포함된다.

특히 임금체불률과 체불노동자 만인율 같은 상대 지표를 도입해 체불 실태가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를 보다 정밀하게 진단하겠다는 취지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체불 총액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큰 만큼 총액만으로는 추세를 왜곡할 수 있어 상대 지표를 통해 체불 규모를 정확히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체불 원인도 보다 정밀하게 조사해 공개하기로 했다. 현재는 일시적 경영악화, 도산, 폐업, 사실관계 다툼 등 6개 유형으로만 원인을 분류하지만, 앞으로는 연구 용역을 통해 일시적 경기 영향, 대금 미지급, 저가 낙찰 등으로 사유를 더 세분화해 조사·발표할 계획이다.

신고 사건뿐 아니라 사업장 감독과 체불 피해 노동자 전수조사 등을 통해 확인된 ‘숨어 있는 체불’도 발굴해 반기별로 별도 공개할 방침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임금체불을 정책 지표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체불의 본질은 지급능력과 책임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과 일본은 기업이 보험·기금에 사전 가입하고 체불 시 즉시 임금을 지급하는 ‘임금 지급 보증제도’를 운영하는데 한국도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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