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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에 “파티에 스컹크 나타났다”...‘스크루플레이션’ 우려도

중앙일보

2026.03.03 00:51 2026.03.0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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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로 폭등한 국제유가가 세계 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장중 한때 82.37달러를 찍으며 13% 급등했는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6.3% 올랐고, 장중 12% 넘게 뛰었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과 LNG 일본ㆍ한국 마커(JKM)도 40% 안팎 급등했다.
차준홍 기자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길어지고,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 중동 주요 석유 시설 타격 등이 유가가 100달러를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은 “해협이 계속 폐쇄된다면 걸프 지역은 (저장용량 한계로) 앞으로 25일 동안만 원유를 생산할 수 있고, 이후에는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급등했다. 그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는 생산·물류 비용을 높여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 전 세계 소비자물가를 0.6~0.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가 줄며 성장률이 꺾이는 등 경제적 충격파는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점차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악재다.

물가를 고려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 이는 글로벌 투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완화정책(금리 인하)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준홍 기자

미국 국채 금리가 먼저 반응했다. 미 동부시간 3일 새벽 2시 기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063%로 전일 대비 0.023% 올랐다(가격은 하락). JP모건의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블룸버그에 “만약 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마치 파티에 스컹크가 나타난 것(시장 기대를 깨는 불청객)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동 원유 수입이 압도적인 한국은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원유의존도는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당 5.63배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다.
김경진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해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두바이유 기준)에 이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높아질 거로 추정했다. 이때 한국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감소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물가는 오르지만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 현상인 ‘스크루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내수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저성장·고물가 국면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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