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위기로 코스피 6000선이 무너졌지만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정유주의 주가는 훨훨 날고 있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불확실성 역시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3일 LIG넥스원은 전거래일 대비 15만2000원(29.9%) 급등한 6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한화시스템(29.1%), 한화에어로스페이스(19.8%), 현대로템(8%), 풍산(12.8%) 등 다른 방산주도 덩달아 상승장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가 6000선 밑으로 내려앉은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방산은 산업 특성상 전쟁 수혜주로 꼽힌다.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커질수록 무기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LIG넥스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에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수출하고 있다. 채운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에 따른 이란의 탄도미사일·드론 보복으로 방공체계 요격 미사일의 재고가 부족하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동 주요 국가들의 요격 미사일이 빠르게 소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LIG넥스원은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UAE향 요격 미사일 양산을 시작했고, 한화시스템도 지난해 레이더 시제 1호기를 납품했다”며 “미국제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천궁 미사일을 추가 도입하거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정부와 방산 기업들은 최근 UAE와 350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방산 분야 양해각서(MOU)을 체결했는데,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서 설계부터 교육 훈련, 유지 보수 등 방산 전 주기에 걸쳐 협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할수록 현지 진출 변수가 커질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현지에 파견 나간 임직원을 보호하는 문제가 급선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정유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정제마진은 최종 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제외한 값을 의미한다. 통상 국제유가가 올라 석유제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수록 정제마진이 개선되며 정유사 실적 반등으로 이어진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원유보다 정유 제품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 산업에도 중동 위기가 길어지는 것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불확실성 확대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오히려 감소할 우려가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면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에 따른 호재도 있지만 전체 원유의 69%를 중동에서 들여오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결국 공장 가동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석유화학은 기존 업황 부진에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업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중국발 저가 공세로 허덕이는 가운데 원료 공급 차질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HMM 등 해운주의 경우 단기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기대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면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