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중동 질서 재편을 두고 벌이는 일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왕정국가에 더해 이란까지 포함하는 친미 연합을 꿈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新)중동(New Middle East)’과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으로 이 지역에 자신들의 이슬람 혁명 신정 체제 확산을 꾀해 온 ‘구(舊)중동(Old Middle East)’ 이란 간의 싸움이란 평가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란 전쟁을 어떻게 봐야 하나(How to Think About Trump’s War With Iran)’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란 성직자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트럼프의) 이번 노력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된다면 이란에서 자국 국민과 주변국을 향한 위협이 훨씬 덜한 ‘이슬람공화국 2.0(Islamic Republic 2.0)’이 탄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리드먼은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시리아·레바논·이라크·예멘 4개 아랍 국가를 장악하기 위해 친이란 대리 세력을 육성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을 통해 이슬람 종파 간 분열을 조장해, 4개 국가에서 자유주의 개혁 세력을 약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2년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인 군사작전으로 변화를 맞이했다. 두 국가와의 잦은 무력충돌로 이란과 헤즈볼라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시리아에선 친이란 아사드 정권이 2024년 무너졌고, 레바논에선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던 총리가 지난해 실각했다. 프리드먼은 “최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이 두 지역에서 환영받고 있는 것도 이란 영향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드먼은 이란 내에서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을 환영하는 기운이 만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가장 인기 있는 구호 중 하나가 “가자지구도, 레바논도 아니다. 내 생명을 이란을 위해 바친다”라는 점을 들며 반미를 내세우며 대리 세력에 자원을 낭비하는 정권에 이란 국민이 분개한다고 전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공격해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그가 구상하는 새로운 중동 질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서다. 아브라함 협정은 지난 2020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 등이 체결한 외교관계 정상화 협정이다.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가 공통 조상으로 여기는 구약 성서 인물 ‘아브라함’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협정에 수니파 맏형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왕정국가와 시아파 맹주 이란까지 끌어들인 신중동을 트럼프 대통령은 꿈꾼다.
프리드먼은 “(신중동 구상을 통해) 이란에서 친서방적 성향이 표출되고 확산돼 자국민을 학살까지 하는 이란 정권의 분열적·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대체한다면, 중동 전체를 더 건전하고 포용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뿐 아니라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에 무차별 공격을 벌인 것에 대해서도 중동 전문가를 인용해 “구중동(이란)이 개방·포용의 신중동(트럼프 중동질서 구축 따르는 걸프국가)을 공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란 정권의 전복 가능성은 낮게 봤다. 개혁파 인사들이 현 정권을 압박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 전개라 평가했다.
프리드먼은 전쟁이 낙관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몰락해가던 이란 정권에 구명조끼를 던져줬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을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지상군 투입 등을 통한 장기전으로 흘러 갈 경우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아픈 기억을 재연할수도 있다.
프리드먼은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다룬 기사 헤드라인에 ‘수렁(quagmire)’이란 단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정권 약화로 다민족 국가인 이란에서 아제리·쿠르드 등 소수민족이 분리 독립을 내세울 경우 오랜 내전에 시달린 시리아처럼 국가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의외로 경제가 전쟁을 조기에 끝낼 수 있는 요인이 될거란 분석도 했다. 프리드먼은 “이란은 화폐가치가 벽지수준으로 경제가 붕괴 직전”이라며 “트럼프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을 경우 (이란과의) 협상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관측했다.
프리드먼은 중국에 대해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이 대만에 제공한 무기 체계에 맞서 자국의 무기 체계가 얼마나 우월할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만 침공을 주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투기와 미사일이 이란의 러시아제 대공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이란 고위 인사들이 제거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이란 약화로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 관계 정상화를 꿈꾸겠지만 이를 위해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강제 병합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