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일 ‘도보 투쟁’에 나섰다. 의원 80여명과 당협위원장, 지지자 등 총 140여명이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10㎞를 도보로 이동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증원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오후 2시 시작된 도보 행진은 2시간 40분 걸렸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도보 행진 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사법 파괴 3법은 이재명 독재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장기 독재의 꿈을 버리고 사법 파괴 3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그간 정부·여당이 대장동 개발 특혜, 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이 대통령의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추진한다고 주장해왔다. 장 대표는 또 최근 당 내홍을 의식한 듯 “여러 목소리로 갈라지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나의 구호로 힘을 몰아달라”고 했다.
장 대표 등 참여 의원들은 대부분 상복을 연상시키는 검은 양복 차림이었고, ‘사법부 독립’이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착용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 사법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을 꼬집기 위해 검은 양복을 입었다”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사법부 독립’이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착용했고, ‘삼권분립 파괴, 당장 중단하라’ ‘사법파괴 완성, 대통령은 거부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날 국회 규탄대회에는 친한동훈계인 박정하·한지아·고동진·안상훈·김형동·우재준·유용원 의원 등도 참석했고, 청년최고위원인 우 의원은 이어진 도보 행진도 참여했다.
국민의힘이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한 건 4년 5개월 만이다. 2021년 10월 이준석 대표 시절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을 했다.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장외 전에 돌입한 건 원내 투쟁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원내 관계자는 “사법 3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섰지만 반향이 크지 않았다. 거리에서 국민에게 어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도 규탄대회에서 “이미 시작된 독재를 막을 유일한 힘은 국민 여러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규탄대회와 도보 행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는 ‘윤 어게인(Yoon again)’을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과 보수 유튜버들도 대거 합류했다. 한 여성 참석자는 ‘Only Yoon’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윤 대통령이 싫으면 너희들이 나가라”고 소리쳤고, 남성 참석자는 “지방선거 승리는 오직 윤 어게인”이라고 외쳤다.
현장이 혼란해지자 일부 의원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 영남 지역 의원은 당 사무처 관계자에게 “제지하지 않고 무엇 하느냐”고 지적했고, 초선 의원은 “당의 도보 투쟁이 윤 어게인과 결부돼 퇴색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도보 행진 도중 구호를 제창하지 못했다.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 관계자는 “도보 행진이 급하게 결정돼 집회 신고를 할 여건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대신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파괴 운운하는 장외 투쟁은 윤 어게인을 향한 비겁한 꼬리치기”(한병도 원내대표)라고 비난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당내 갈등을 식히기 위해 국익과 민생은 내팽개치는 것이냐. 충남·대전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명확한 입장부터 밝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