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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5조 투매에 시총 377조 증발…개인 ‘저가매수’도 역부족

중앙일보

2026.03.03 02:36 2026.03.03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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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여파로 코스피 6000선이 붕괴한 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어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하락한 5791.91에 장을 마쳤다. 뉴스1

중동 사태의 충격을 하루 늦게 떠안은 코스피는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지수는 하루 만에 역대 최대 45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6000선이 깨졌다. 하루 새 시가총액(시총)은 약 377조원 증발했다. 개인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전쟁 장기화 우려 속 외국인 투자자의 5조원대 투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2.22포인트(7.24%) 급락한 5791.91에 마감했다. 지수 낙폭은 역대 최대이며, 하락률도 2024년 8월 5일(8.77%) 이후 가장 컸다. 시총은 종가기준 4769조4334억원으로 하루 만에 376조9396억원 사라졌다. 하루 시총 감소액으로도 가장 크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9.88%)와 SK하이닉스(-11.5%) 등 대부분이 급락한 반면,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3%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 급락의 불씨는 홀로 5조1737억원 팔아치운 외국인이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에 기록한 7조812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기관투자가도 885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팔자’에 가세했다. 개인이 5조797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되돌리기엔 힘에 부쳤다. 이날 12시 5분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넘게 하락하며 매도 사이드카(일시 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한국 증시가 전날 3ㆍ1절 대체 휴일로 하루를 쉬면서 다른 아시아 증시의 이틀 치 낙폭이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를 감안해도 낙폭이 컸다. 이틀간(2~3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4.37%, 홍콩 항셍지수는 3.24%, 대만 자취안 지수는 3.08% 떨어졌다.
김영옥 기자

그간 코스피가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점도 급락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약보합권에 머물러 있는 동안 코스피는 두 달 만에 50% 가까이 올랐다”며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일간 이격도(이동평균선과 주가의 괴리)가 2월 말 종가 기준 115%를 상회해 닷컴버블 시절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단기간 과열된 시장에 전쟁이라는 외부 충격이 겹치면서 하방 압력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중동 사태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할 거란 우려도 악재로 반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이 1440원대에서 1460원대로 오르면서 원화를 비싸게 팔 수 있을 때 달러로 갈아타려는 환전 수요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달러 강세로 신흥국 주식과 통화가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란 공습 이후 헤지펀드들이 신흥시장 투자를 재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정장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개장 직후부터 외국인과 개인 간 수급은 마치 줄다리기를 연상케 했다. 실시간으로 외국인이 1조원을 팔면 개인이 1조원을 사고, 외국인이 3조원을 팔면 개인이 3조원을 사면서 지수를 밀어 올렸다. 증권사 커뮤니티에는 “이제 줍자” “내리기만 해봐라. 바로 매수해줄 테다” 같은 글이 종일 올라왔다. 조정을 투자 기회로 본 것이다.

단기 조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경험적으로 중동발 지정학 충격이 생겼을 때 장 초반 공포가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되고 출구가 보이는 순간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걷히는 형태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 유가의 향방에 따라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연초 이후 48%나 폭등해 있어 기술적 부담이 큰 상황이고, 유가가 급등하고 있어 단기 투자심리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교전 확대에 따라 3월 초 코스피가 5000대 중후반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원화값 하락) 1466.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1462.3원에 개장한 뒤 장중 1467.8원대까지 오르며 지난달 9일(1468.3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승 폭은 미국 관세 충격이 있던 작년 4월 7일(33.7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였다.

3일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보다 16.37% 급등한 62.98까지 올랐다.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다. 안전자산으로 꼽는 금값도 뛰었다. 이날 KRX 금시장에서 국내 금 시세는 1g당 24만92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4.14% 올랐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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