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에게 가구는 ‘몸에 붙는 건축’이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자신의 디자인을 ‘삶을 위한 기계’라고 묘사하며 동료들과 함께 가구 디자인 실험을 했다. ‘LC 시리즈’ 의자가 대표적이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건축가의 오브제: 소우주’에는 한국 건축계에서 활약하는 건축가 26명(24팀)의 의자·소파·테이블 등 일상의 가구부터 벤치·조명·놀이기구에 실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조형물까지 45점이 나왔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인테리어 전문기업 플래스크와 손잡고 소파 ‘데이드림’을 고안했다. 등받이를 밀어내고 팔걸이를 뒤집으면 침대가 되는 이 소파는, 작은 방에서 지내는 1인 가구를 염두에 둔 설계다.
미션 오브젝트 건축사사무소의 고재협과 오나예는 로봇 청소기를 위한 가구를 디자인했다. ‘언티 하우스(가정부의 집)’이란 제목으로, 성당 모양의 가구 아래쪽에 로봇 청소기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가온건축 임형남은 의자 모양 램프인 ‘람체어’ 시리즈를 출품했다. 한지를 사용한 등잔과 사방탁자, 붓걸이, 옛 사람들이 벽에 서예를 말아 보관하던 고비에서 영감을 얻은 한국적 느낌의 가구다. 유이화의 사방탁자도 현대 공간에서 전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재헌 경희대 교수의 ‘MT-01’은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장식용 타일과 목조 칸막이를 재활용한 최소 디자인의 티테이블이다.
출품작 중에는 의자가 가장 많다. 스테인리스 파이프로 만든 의자(정의엽), 하나의 유려한 선으로 이루어진 의자(구승민). 투명성이 돋보이는 의자(장영철), 팔걸이와 다리를 동일한 형태의 H빔(철근 구조물) 4개로 완성한 의자(김성률) 등이다. 실물 작품과 함께 개념도와 설계 도면, 스케치를 병치해, 아이디어가 형태로 구현되는 건축가의 사고 과정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함혜리 컬처램프 대표는 “건축은 거대한 구조물이지만 그 시작은 건축가의 사유가 담긴 작은 선과 점, 오브제에서 비롯된다”며 “건축가들의 오브제에서 ‘일상 속의 건축’을 체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9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