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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의존도 높은 한국, 코스피 ‘검은 화요일’ 못 피했다

중앙일보

2026.03.03 07:04 2026.03.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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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사태의 충격을 하루 늦게 떠안은 코스피는 ‘검은 화요일’을 맞았다. 지수는 역대 최대 45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6000선이 깨졌다. 하루 새 시가총액(시총)은 약 377조원 증발했다. 개인이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투자자의 5조원대 투매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52.22포인트(7.24%) 급락한 5791.91에 마감했다. 지수 낙폭은 역대 최대며, 하락률도 2024년 8월 5일(8.77%) 이후 가장 컸다. 시총은 종가기준 4769조4334억원으로 하루 만에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하루 시총 감소액으로도 가장 크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9.88%)와 SK하이닉스(-11.5%) 등 대부분이 급락한 반면, 방산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3%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 급락의 불씨는 홀로 5조1737억원을 팔아치운 외국인이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에 기록한 7조812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기관투자가도 8859억원어치 순매도하며 ‘팔자’에 가세했다. 개인이 5조797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되돌리기엔 힘에 부쳤다.

한국 증시가 전날 3·1절 대체휴일로 하루를 쉬면서 다른 아시아 증시의 이틀치 낙폭이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를 감안해도 낙폭이 컸다. 이틀간(2~3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4.37%, 홍콩 항셍지수는 3.24%, 대만 자취안 지수는 3.08% 떨어졌다.

그간 코스피가 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점도 급락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약보합권에 머물러 있는 동안 코스피는 두 달 만에 50% 가까이 올랐다”며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일간 이격도(이동평균선과 주가의 괴리)가 2월 말 종가 기준 115%를 상회해 닷컴버블 시절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가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는 하락)할 거란 우려도 악재로 반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에서 1460원대로 오르면서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한 달러 매수 수요도 일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지역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낙폭이 유독 컸다”며 “외국인 입장에선 안전자산 선호로 이번 이란 사태가 적절한 매도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조정장에서도 개인의 매수 열기는 뜨거웠다. 증권사 커뮤니티에는 “이제 줍자” “내리기만 해봐라. 바로 매수해줄 테다” 같은 글이 종일 올라왔다. 조정을 투자 기회로 본 것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경험적으로 중동발 지정학 충격이 생겼을 때 장 초반 공포가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되고 출구가 보이는 순간 위험이 빠르게 걷히는 형태로 전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 유가의 향방에 따라 조정 국면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교전 확대에 따라 3월 초 코스피가 5000대 중반까지 조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 한편,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원화값 하락) 1466.1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승 폭은 미국 관세 충격이 있던 작년 4월 7일(33.7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최대였다.





장서윤.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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