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은 7개의 언덕마을에서 시작했다. 가장 중요했던 카피톨리노 언덕은 영어 캐피탈의 어원으로 이탈리아어로 캄피돌리오라 부른다. 1536년 신성로마 황제의 로마 방문에 즈음해 교황 파울루스3세는 쇠락한 이 언덕의 대대적인 재설계를 미켈란젤로에게 의뢰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는 이미 회화와 조각의 대가였으나 건축에도 천재의 솜씨를 발휘했다. 이 언덕은 고대 로마의 중심인 포룸 로마눔의 최종점에 위치해 기록보관소를 설치했고 그 뒤편은 절벽이었다. 그는 포룸 로마눔 쪽을 향했던 정면 광장을 없애고 뒤쪽 산피에트로 성당 쪽으로 새 광장을 만들었다. 과거를 등지고 당시의 도시 중심을 향해 축을 바꾼 것이다. 절벽에 80m 경사로인 코르도나타 계단을 조성해 주 출입로로 삼았다. 말의 보폭에 맞춰 단 사이를 벌려 말을 탄 채 오를 수 있었다.
중세에 건설된 세나토리오 청사와 콘세르바토리 건물은 약 70도 예각으로 비켜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콘세르바토리 맞은 편에 대칭으로 새 건물을 지어 역삼각형의 광장을 조성했다. 기존 두 건물의 광장 쪽 정면을 새 건물과 같이 개조해 3동의 형태를 통일시켰다. 건물 벽으로 둘러싼 빈 광장을 주인공으로 삼기 위한 수법들이었다. 역삼각형 광장은 르네상스 최고의 발명인 투시도법을 거꾸로 뒤집어, 시점에 따라 여러 가지 오묘한 착시를 일으킨다. 이 역투시도법을 코르도나타 계단에도 적용해 위 폭이 넓고 아래가 좁아 오를 때 높이감을 줄이는 시각효과도 거두었다.
원래 이 언덕은 ‘카푸트 문디(세계의 머리)’라 하여 세계의 중심을 뜻하는 타원형의 옴파로스(배꼽돌)가 있었다. 미켈란젤로는 광장 바닥에 12각형의 별과 타원형의 꽃 패턴을 만들고 그 중심에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현재는 복제품)을 설치했다. 포룸 로마눔의 유적지를 지나 광장에 서면 티베르강과 산탄젤로성과 바티칸이 한눈에 들어온다.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는 과감한 발상과 치밀한 설계로 새로운 카푸트 문디를 창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