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국민·기초연금 다 받아도…'최소생활비'도 안 되는 노인 338만명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중앙일보

2026.03.03 07:1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한파특보가 발효된 지난 1월 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 무료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뉴스1
서울 양천구에 사는 정모(81·여)씨는 기초연금(34만 9700원)과 국민연금 10만여원을 받는다. 정씨는 지난달 27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걸로는 생계유지가 안 돼 경로당 식당 도우미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하루 세 시간, 열흘 일 하고 29만원 받는다. 셋을 합하면 약 74만원. 이 돈으로 한 달 살 수 있을까.

" "그러니까 그냥 뭐 어떻게 그냥 어영부영 사는 거지요." "

국민·기초·식당일 74만원
정씨는 그냥, 뭐, 어떻게, 그냥, 어영부영 등등의 부사를 반복했다. 어렵게 어렵게 산다는 의미다. 74만원은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최대치(올해 82만 556원, 지난해 약 77만원)에 못 미친다. 정씨는 "수입의 3분의 2가 병원비로 나간다. 팔다리가 아파서 매일 눈 뜨면 침 맞으러, 물리치료 받으러 간다"고 말한다. 20년 전 뇌출혈을 겪어서 정기적으로 진료받고 약을 탄다.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의료비 지원이 거의 없다.

기초연금 기준 논란 재점화
소득 무관하게 34만원 지급
국민연금 받아도 빈곤 허덕
대통령 "하후상박으로 개선 "
65세 이상 노인의 주요 수입원은 국민연금·기초연금, 노인 일자리 수당이다. 국민연금은 절반 조금 넘게, 기초연금은 704만명이 받는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둘 다 받는 이는 약 343만명(2024년)이다. 노인의 약 34%에 해당한다.

둘을 더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최대치(77만원)가 안 되는 사람이 약 259만명이다. 범위를 더 좁혀보자. 둘을 합해 49만원이 안 되는 이는 56만4000명. 이들은 정씨처럼 노인 일자리에 나가 29만원을 벌어야 77만원에 근접하게 된다.

박경민 기자
259만명 기초수급 최대치 미달
국민연금공단이 조사한 1인 가구 최소생활비(월 136만원, 건강한 노년의 최저생활에 필요한 돈)로 넓히면 언감생심이다. 국민연금·기초연금을 합해 136만에 못 미치는 노인이 338만명이다. 노인 일자리까지 더해야 하는 노인은 324만명이다. 5만여명만 둘을 합해 최소생활비가 넘는다.

정씨의 수입이 연금공단의 최소생활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병원비 걱정이라도 덜 수 있게 지원할 방법이 없을까. 국민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만 오를 뿐 조정할 여지가 없다. 노인 일자리 수당도 2년 전 6년 만에 2만원 올랐기 때문에 크게 올리기 힘들다. 남은 건 기초연금이다.

저소득 노인은 기초연금에 대해 양가감정(兩價感情, 두 가지 감정)을 표한다. 정씨는 "이것(34만여원)만 해도 고맙고, (한편으로는) 불만스럽기도 하다"고 말한다. 좀 더 올려주길 기대한다.

지난해 3월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노인일자리 채용 행사에서 고령 구직자들이 구인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근거 없는 노인 70% 기준
마침 기초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국회 연금특위가 중심이다. 기초연금은 2014년 도입할 때 '노인의 70% 이하'라는 지급 기준을 정했다. 노인 숫자가 연평균 6.4% 느는데, 70%라니. 복지포털 복지로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365개, 지자체는 4557개, 민간은 328개이다.

이 중 노인 일자리처럼 기초연금 수급자이어야 하는 서비스도 적지 않다. 이상한 기준의 이상한 응용이다. 반면 기초수급자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2% 이하'로 분명하게 돼 있다. 기준중위소득은 복지의 근간이기에 여기에 맞추는 게 맞다.

노인의 70%로 돼 있으니 10년여 만에 수급자가 약 두 배로 늘었다. 매년 전체 노인을 줄 세워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이 70%에 해당하는 지점을 선정기준액으로 삼는다. 이것도 팍팍 오른다.

올해 1인 가구의 소득인정액 기준은 247만원이다. 기준중위소득은 256만원이다. 거의 같아졌다. 2015년만 해도 노인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93만원이었으나 그새 166% 올랐다. 기준중위소득은 64% 올랐다.
박경민 기자

근로소득 최대 468만원도 수급
선정기준액 247만원의 속을 뜯어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근로소득·기본재산 등의 각종 공제 후 금액이다. 공제 전 근로소득은 468만원(연 5616만원)이다. 이러니 '중산층에게 기초연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또 정씨와 고소득 구간의 기초연금액이 왜 같지? 라는 의문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이 핵심을 찔렀다.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똑같이 올려줄 것이 아니라 하후상박(아래는 많이, 위는 적게)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1월 2일 보도자료에서 "소득인정액 150만원 미만이 86%이고, 2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3%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지적 이후 개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노인 70%'는 12년 전 기초연금 도입 당시 여야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70%의 근거가 없다. 한 해 27조원을 700만명의 노인에게 거의 균등하게 뿌리니 노인 빈곤 개선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이 정부 국정과제대로 내년부터 기초연금 부부 수급자의 연금액 삭감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 더 복잡해질 것이다.

저소득 노인 지급액 올려야
상당수 전문가는 "선정 기준을 노인의 70%에서 기준중위소득의 OO%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김선민 의원은 기준중위소득의 100%로 바꾸는 법률 개정안을 냈다. 이렇게 바꿔 신규 노인부터 적용하면 대상자 증가 폭을 줄일 수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상자를 줄여 절감한 예산으로 저소득 노인 지급액을 늘리자"고 제안한다. 소득이 낮은 40% 노인에게 더 지급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지난달 25일 연금특위에서 "기초연금 대상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저소득 노인의 연금액을 인상해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전환하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