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 3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법을 잘못 적용하는 판·검사 등을 처벌하는 법왜곡죄와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판소원제를 각각 도입하고,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안들이다. 특히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를 놓고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다수결 능사 아냐…관용·자제 중요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논의 부족
여당 공소취소 모임은 과잉 충성
야당도 내란 세력과 절연해야
대통령의 수난사 반복 안 돼야
민심 전달하며 통합 노력할 것
지난달 27일 헌재 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을 만나 사법 3법 처리와 국민통합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법왜곡죄 도입과 관련해 “대한민국 법치의 수치이며 국격에 맞지도 않는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 3법 처리가 지난달 28일 마무리됐기 때문에 추가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헌법, 다수의 손에 무너질 수 있어
Q : 사법 3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토대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수결로 세워진 헌법이 다수의 손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역사가 보여준다. 그래서 헌법은 다수에게 권한을 주는 만큼 절제와 관용, 자제를 요구한다. 헌법의 핵심은 국가 의사 형성 과정에서 참여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라는 데 있다.”
Q : 사법 3법 자체에 대한 생각은.
A : “사법개혁의 큰 틀 자체는 필요하고 찬성한다. 다만 이번 사안은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급한 법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에게 널리 이해시키고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과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 변혁’처럼 속도전으로 진행되는 모습은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Q : 여당의 법안 처리가 일방주의로 흐른다는 지적이 있다.
A : “법안 처리 중에는 실용주의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 상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수결에 따른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심오한 헌법적 관점, 즉 다수결의 절제라는 기준에서 보자면 이번 과정은 자제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것이다.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가 아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스럽다.”
Q : 다수의 자제를 보기 어려운데.
A : “세상을 더럽히는 자들보다 세상의 변화를 자기 생애에 이룩하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지 않나. 어떤 강박 관념에 의해서 국민을 상대로 마치 줄다리기를 해서 이기는 것처럼 이겨야 우리가 힘 있는 걸 보여준다는 식이 되면 곤란하지 않겠나.”
Q : 법왜곡죄에 대해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문명국의 수치’라고까지 말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A : “대한민국의 국격에 안 어울리는 법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했을 때 나는 이를 ‘K법치’라고 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독일을 방문했을 때도 이를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법왜곡죄는 K법치의 수치다. 이제 수사나 재판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다 고소하고 고발할 것이고 재판소원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것이다.”
Q : 민주당이 최종안에서 법왜곡죄 대상을 형사사건으로 한정했는데.
A : “그렇다고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명확성 원칙이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 같은 표현은 매우 추상적이다. 법관은 헌법 103조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재판은 본질적으로 해석 행위다. 해석에는 의견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를 형사책임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면 판사들은 방어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
Q : 외국에도 법왜곡죄가 있다는데.
A : “독일은 150여년 전 프로이센이 통일한 독일제국 시절에 이 조항이 들어갔다. 여기에 나치를 겪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다. 지금 이런 것을 새로 도입하는 선진국이 어디 있나. 독일도 실제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고소·고발이 많다. 큰 걱정이다. 대통령께서 법왜곡죄법에 대해서는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셨으면 한다.”
Q : 재판소원은 헌법 101조(대법원이 최종심)와 충돌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A : “재판소원이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 헌법 101조는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헌법 111조는 헌법재판소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고, 헌법소원의 범위는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재판소원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낳는다. 이것은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심으로 봐야 한다. 헌재는 법령 해석 기관이 아니라 최종적 헌법 해석 기관이다. 따라서 범위를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 첫째,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했는가. 둘째, 중대한 헌법적 쟁점을 간과했는가. 이 두 범위로 제한하면 남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전체 사건 중 극히 일부에 그칠 것이다.”
Q : 대법원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게 타당했나.
A : “한정위헌(특정한 법 적용만 위헌)을 놓고 대법원과 헌재가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었다. 저도 헌재 근무 시절 토론에 나가기도 했다. 법왜곡죄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대법관 증원법과 헌법심(재판소원)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절충안을 만들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아쉬운 일이다.”
재판소원 아닌 헌법심, 범위 제한해야
Q : 재판소원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 “법안이 통과됐지만 헌법심의 관점에서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헌재와 대법원이 대상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해야 한다.”
Q : 대법관 증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A : “지금도 사건 폭주와 대법관 부족으로 본안 심리를 받지 못하고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되는 사건이 많다.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경우 70%에 이른다. 대법관 증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3년에 걸쳐서 매년 4명씩 12명을 증원하는 것은 과하다. 매년이 아니라 2~3년마다 증원해서 8명 정도를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A :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권력 분산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책임 구조가 분산되면 실패 책임을 서로 전가할 수도 있다. 공소청 검사에게는 보완수사요구권이 아니라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 요즘 헌법적 논란이 많은데 헌법 제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어떻게 봐야 하냐.
A : “야당에선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재개하라고 요구하고 법원의 시혜적 조치로 재판이 중단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헌법 84조의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 안정성을 위한 조항이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사는 물론이고 재판도 정지된다고 봐야 한다.”
Q : 여당에선 공소취소 모임이 생겼다.
A : “용어부터 생소하다. 이런 모임은 과잉 충성이고 대통령께도 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큰 문제가 있어서 여당 의원들이 저런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실용주의 철학으로 통합의 정치를 해서 성과를 낸다면 퇴임 후에 국민이 이런 부분을 평가해 줄 것이다.”
Q : 내란·외환 범죄에 대한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논의는 어떻게 보나.
A : “현재 논의되는 방안을 보면 내란·외환 범죄는 원칙적으로 사면하지 않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가능하게 돼 있다. 이것은 전면 제한이 아니라 일정한 통제 장치를 둔 것이다. 본질적 침해라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반성이다. 내란 범죄에 대해 진정한 반성이 없는 경우 사면은 신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 본인이나 친인척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재임 중 사면권을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오히려 그런 제한을 두는 것이 대통령 권한의 도덕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다.”
Q :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평가한다면.
A :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본다. 헌법적 실용주의를 택한 결과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최고권력자가 되면 점차 주변에서 불편한 얘기를 듣기 싫어하고 측근에 둘러싸이기 쉽다. 확실한 것은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가 더는 반복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소신으로 대통령에 대한 나의 진언은 계속될 것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고 하지 않던가.”
Q : 국민 통합을 위해서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
A : “정치 양극화와 진영 논리, 사회 갈등과 분열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통합위원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우선 정부와 민심을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려 한다. 때로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을 뛰어넘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의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않고 확고한 소신에 입각해 통합 행보를 계속해 나가려 한다.”
Q : 국민 통합을 위해서는 야당도 역할을 해야할텐데.
A : “장동혁 대표에 대한 기대를 갖고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단식 현장도 방문했다. 내란 세력과 단절하고 보수의 참정신을 찾아 건전한 중도보수세력을 규합하여 보수를 재건해 달라 했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판결 후의 행보를 보고 크게 놀랐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석연=행정고시(23회)와 사법시험(27회)에 합격해 헌법재판소 제1호 헌법연구관으로 근무했다. 시민운동가로 참여연대 운영위원, 경실련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냈고 21대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21대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부총리급)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