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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투자특별법, 네 탓 공방 멈추고 초당적으로 처리하라

중앙일보

2026.03.0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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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6단체가 어제 국회를 향해 대미투자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긴급 호소문을 냈다. “입법 지연은 대미 협상력 약화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제계 우려엔 절박감이 묻어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초불확실성 시대’의 통상 환경에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치권이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경제계가 긴급 호소문을 낸 어제도 여야의 우선순위는 ‘사법 3법’에 있었다. 국민의힘은 “사법개혁을 사칭한 독재”라면서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장외투쟁을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어게인을 향한 비겁한 꼬리 흔들기”라고 비판했다. 대미투자특별법에 대해선 여야 모두 시급하다고 말했지만, 지연은 “네 탓”이라는 주장에 치중했다. 지방선거를 석 달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국익을 등한시했다는 책임을 면하려는 정략적 판단 때문일 것이다.

대미투자특별법안은 복잡하지 않은 내용이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전략적 산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 투자를 위해 기구와 체계를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는 법안이 수개월 지연된 건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에 대한 기업과 국민의 공포를 남 일처럼 여겼다는 방증이다. 민주당은 4일 대미투자특위를 재가동해 오는 9일까지 법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1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그러려면 입법 지연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장외투쟁 때문이라는 야당 책임론은 그만 접어야 한다. 그렇게 시급했으면 사법 3법에 앞서 처리했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장외투쟁을 멈추고 초당적으로 협력해 다른 쟁점에서의 협치로 이어가는 실마리로 활용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국익이다. 누구 탓이 더 크다고 한들, 훼손된 국익은 회복되지 않는다. 입법 지연이 관세 인상의 빌미가 됐고, 미 연방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새로운 관세 후폭풍이 예고된 현실을 여야가 함께 직시해야 한다.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언제든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엄살이 아니다. 여야의 초당적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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