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위권 산유국(2024년 한국석유공사 집계 기준)인 멕시코가 중동발 유가 불안 우려 속에서 석유 절도 문제까지 겹치며 이중 부담에 직면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지난해 석유 절도로 인한 손실액이 234억9100만 페소(약 1조9800억원)로 집계됐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2024년 손실액 205억2900만 페소(약 1조7000억원)보다 14.4%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절도 피해액은 최근 공개된 재무제표상 전체 적자 452억 페소(약 3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멕시코 내 석유 절도는 구조화·조직화된 범죄 형태로 이어져 왔다. 범죄자들은 터널이나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땅굴을 파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원유를 빼돌리고, 주변에 농작물을 심어 범행을 은폐하기도 한다.
도둑질해 빼돌린 석유는 ‘우아치콜’이라고 부른다. 본래 물을 섞은 알코올 음료를 가리키던 표현이 불법 연료를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절도 과정에서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 푸에블라에서는 연료 절도 도중 가스관이 폭발해 12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2019년 이달고주에서는 송유관에서 휘발유를 빼내려다 발생한 폭발 사고로 137명이 숨졌다.
현지에서는 페멕스 내부 공모 가능성과 사법 당국의 소극적 대응을 문제로 지적한다. 컨설팅업체 엣지 이노베이션의 빅토르 우고 후아레스 쿠에바스 총괄이사는 일간 엘우니베르살에 “연료 도난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페멕스) 내부에 공모자가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2019∼2024년 연료 절도 혐의로 기소된 건수는 172건으로, 2013∼2018년 3138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경우 멕시코 정부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페멕스는 멕시코 공기업 가운데 부채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꼽히며, 원유 생산 목표 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일일 180만 배럴 생산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페멕스의 지난해 생산량은 130만∼160만 배럴 수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