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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앞에서 엄지손 ‘탁탁탁’…김정은, 굴욕의 날 이후 바뀐 것

중앙일보

2026.03.03 12:00 2026.03.0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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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중 산책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노 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일찍이 경험해본 적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이후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김정은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불과 6년여 뒤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올라 동등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한때는 그저 농담거리로 취급받았던 동북아 최빈국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은 이제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도 누리지 못했던 높아진 전략적 위상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성공한 흑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의 안보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요. 이제 우리는 격이 달라진 김정은을 상대해야 합니다. 지금 김정은을 연구하는 이유입니다.

[더중앙플러스] 김정은 연구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36
참 아름다운 새소리였다.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마친 뒤 이뤄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정원 산책에서 김정은의 얼굴에는 웃음이 자주 스쳤다. 여러 차례 트럼프보다 앞서 걸었고, 통역이 말을 전하지 않아도 트럼프가 뭔가를 말하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산책을 끝낼 무렵에는 여유롭게 뒷짐을 지더니 회담장으로 향하는 입구에 트럼프보다 먼저 들어서기까지 했다.

하지만 확대회담장에서 김정은은 달라졌다. 모두발언이 공개된 지 1분18초가 지난 순간 나온 질문. “인권 문제도 논의하셨나요?” 김정은은 침묵했고, 트럼프는 답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논의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때였다. 김정은의 ‘입’ 대신 ‘손’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특유의 깍지를 낀 상태로 손을 테이블에 내려놓더니 소리가 나지 않는 버튼을 계속 누르기라도 하듯, 1초도 쉼 없이 왼쪽 엄지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오른쪽 손을 만졌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019년 2월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곧 김정은은 질문에 더 답하려는 트럼프를 가로막았다.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좀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

기자들을 향해 입은 웃고 있었지만, 엄지손가락은 보는 사람이 불안할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모두발언은 그렇게 공개된 지 4분5초 만에 끝났고, 이어진 비공개 논의에서 회담이 결렬됐다.

비언어적 특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지음과 깃듬’의 김여정 대표는 “김정은이 보인 손가락 움직임은 자기접촉(Self-touch)으로, 불안을 줄이기 위한 자기 진정 행동”이라며 “김정은의 몸은 이미 통제 불능의 스트레스 신호를 쏟아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8일 제71주년 건군절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해 연설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중앙일보는 지음과 깃듬에 의뢰해 김정은이 집권한 직후인 2012년부터 2025년까지 공개된 영상을 공동 분석했다. 김정은의 주요 연설 및 현지지도, 한·미·중·러 정상과의 회담 등에서 그가 보인 표정과 제스처, 자세 변화 등을 추적했다. 분석 영상만 315시간 분량. 김정은은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의 언어를 통해 말보다 더 명확히 심리 상태를 드러냈다.

김여정 대표는 이를 토대로 김정은이 하노이 노 딜 테이블에서 보여준 불안 행동은 김정은이 정통성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집권 초와 꼭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흑화’하는 계기가 된 하노이 노 딜이 이뤄진 날, 트럼프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기도 전 그의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비언어적 행동 분석 결과 김정은의 제스처는 돌연 불안에 잠식됐던 집권 초기로 회귀했습니다. 김정은이 직전까지도 노 딜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석은 실제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전한 당시 상황과도 일치합니다. 그 날 이후, 김정은의 몸짓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아래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트럼프 앞에서 엄지손 ‘탁탁탁’…김정은, 굴욕의 날 이후 바뀐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8516



유지혜.정영교.심석용([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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