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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혈관부터 틀어막았다, 4년전 '가스 충격' 노리는 이란

중앙일보

2026.03.03 12:00 2026.03.03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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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에 전면 보복을 공언한 이란의 포문이 중동 곳곳의 석유·가스 시설로 향하고 있다. 전쟁이 무력 충돌에서 세계 에너지 안보 위기로 번졌다. 세계경제 불확실성도 커졌다. 3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452.22포인트(7.24%) 내린 5791.91로 마감하는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크게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역대 최대였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중동의 핵심 에너지 자산(Key Energy Assets)이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에너지 자산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중동 대표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다. 투르키 알말리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오전 동부 해안 라스 타누라(Ras Tanura)의 정유시설을 공격하려던 드론 2대(이란 공습 추정)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드론 잔해가 떨어지며 화재가 발생했고, 일부는 가동을 중단했다. 이곳은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중동 최대 규모 아람코 정유시설이 있다. 이곳이 타격을 입으면 아시아·유럽행 원유 선적에 즉각 차질을 빚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같은 날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 라판(Ras Laffan)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도 가동을 중단했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20%를 차지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한국도 카타르 LNG에 의존한다. 사울 카보닉 MST 마퀴 에너지 리서치 총괄은 FT에 “가동 중단이 장기화하거나 인프라가 손상될 경우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중단한) 2022년보다 더 큰 가스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이란의 노림수가 있다. 미군기지를 직접 타격하려면 촘촘한 요격망부터 뚫어야 한다. 대신 세계경제의 혈관인 에너지 인프라를 마비시켜 미국과 유럽·아시아 우방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이란의 위협도 거세졌다.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은 이란 IS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해협을 폐쇄했다”고 말했다.



유가 6%대 급등, 14개월 만에 최고…“100달러 땐 한국 물가 1.1%P 상승”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보좌관은 이어 “호르무즈 통과를 시도하는 어떤 선박이든 불태우겠다.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호르무즈를) 못 빠져나가게 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는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다. 다만 미 중부사령부는 “이틀 전만 해도 이란 정권은 오만만에 11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제로(0척)가 됐다”며 이란 해군을 궤멸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유가는 치솟았다. 지난 2일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6.7% 상승했다. 장중 한때 82.37달러를 찍으며 13% 급등했는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과 LNG 일본, 한국 마커(JKM)도 40% 안팎 급등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면 전 세계 소비자물가를 0.6~0.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를 고려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밖에 없다. 글로벌 투자 심리에도 악재다. JP모건의 최고경영자인 제이미 다이먼은 “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생각한 것보다 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한국은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올해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 수준(두바이유 기준)에 이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3일 추정했다.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감소한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중동 상황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에는 심리가 중요하다”며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가짜 뉴스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엄중한 상황 속에 정부 본연의 기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김기환.박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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