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을 차단할 목적으로 감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습 작전에 대해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사실상 북한에 대한 미국의 비핵화 전략이 어려워졌다”는 해석을 내놨다.
2일(현지시간) 중앙일보의 긴급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여러 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칭해왔다는 점을 짚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핵 폐기를 위한 최후의 카드인 군사력을 동원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북·미 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박해졌다”고 전망했다.
존 햄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이란과 북한의 핵심적인 차이는 핵무기 보유 여부”라며 “만약 미국이 이란과 유사한 방식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북한은 한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쟁부(국방부)는 지난 1월 23일 공개한 새 국방전략(NDS)에서 “북한의 핵무력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역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트럼프 행정부의 명시적 안보 목표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핵 보유를 막아야 할 대상으로 서술했다.
이와 관련,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정보기관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아직 재개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을 타격할 ICBM을 확보하기까지 10년이 걸릴 거라는 분석 자료를 백악관에 보고했다”며 “이란 공습이 가능했던 이유는, 미국에 광범위한 보복을 입힐 이란의 능력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반면 정보기관은 이미 북한이 50기 이상의 핵무기와 미국을 타격할 미사일을 비롯해 한국과 주한미군에게 중대한 피해를 줄 재래식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포드대 교수 역시 “이란 상황을 지켜본 김정은은 핵무기 개발을 선택한 결정이 옳았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트럼프가 (이란과) 협상 중 공격을 단행한 것을 보고 그가 진지한 외교 협상을 진행할 사람이 아니란 점을 인식하게 됐다”며 “3월 말이든 그 이후든 트럼프와의 회담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클링너 위원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혜택을 러시아로부터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노린 회담을 시도할 경우, 한반도에서 미국의 억지력을 급속히 약화하는 방향의 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햄리 소장은 “현재 미국과 한국에게 남은 북핵 폐기를 위한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라며 “하나는 핵무기 공격을 감수한 북한에 대한 물리적 침공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인들에게 확장 억제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햄리 소장은 이어 “많은 한국인이 트럼프 행정부가 억지력에 대한 파트너로서 신뢰성이 있느냐에 대한 깊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양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확장 억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조치가 시급해진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