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들이 4일 성명을 내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사법파괴 3법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개혁으로 포장할 수 없는 개악”
이날 전직 변협 회장 8인과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회장 6인은 성명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사법 3법에 대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해 헌정 질서와 사법 독립을 수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는 국가 원수”라며 “위헌적 요소가 명백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전직 회장들은 “사법 3법은 결코 ‘사법개혁’이 아니다. 삼권분립의 균형을 허물고 권력 지형을 재편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각각의 조항만으로 중대한 위헌 소지를 안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대한민국 사법 구조와 삼권분립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개악이다. 결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를 명백한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대통령이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법 3법(법왜곡죄 도입·재판소원법·대법관 증원법)’은 지난달 26~28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재명 대통령의 법률안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
“약자 보호는 구호에 불과…권력분립 정신과 충돌”
전직 회장들은 3개 법안이 지닌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재판소원법에 대해서는 “‘약자 보호’는 구호에 불과하고, 재판소원은 결국 ‘강자의 시간 끌기’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헌 없는 재판소원 도입은 위헌이라고도 했다. 전직 회장들은 “헌법 체계를 우회해 사실상의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권력자에게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강자의 시간끌기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왜곡죄는 검사·판사에 대한 ‘형사적 통제 장치’라고 봤다. 이들은 “정치적 기소와 보복성 고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판사와 검사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는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국회에서 또다른 형벌 조항을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이 아니라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형사적 통제 장치를 추가하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정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법왜곡죄로 인해 법 해석에 필요한 검사·법관의 재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들은 “기소유예, 증거 판단, 진술의 신빙성 평가는 본질적으로 전문적 재량의 영역”이라며 성폭력·아동학대 사건을 예시로 들었다. 회장들은 “증거가 제한적인 사건에서 ‘법왜곡죄 처벌 위험’을 의식해 방어적 기소와 판결이 만연하다면, 수사와 재판의 실질적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서는 모두 22명의 대법관을 이재명 대통령이 뽑게 되는 점을 들어 “사법부 장악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례 형성 구조와 사법 방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며 “단기간에 대폭 증원해 이해 당사자인 대통령이 대법원 구성에 광범위한 인사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성명에는 박승서·함정호·정재헌·천기흥·신영무·하창우·김현·이종엽 전 변협회장과 김정선·이명숙·이은경·조현욱·왕미양 전 여변 회장의 이름으로 나왔다. 6대 여변 회장을 역임한 박보영 전 대법관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