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최고의 별이었지만 겸손했다. 은퇴를 발표한 양효진(37·현대건설)이 은퇴 투어를 사양했다. 대신 영구결번은 받아들였다.
양효진은 여자 프로배구 역사를 썼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후 올 시즌까지 19년을 뛰면서 통산 564경기에 출전해 2167세트에 나가 8354득점을 기록했다. 2위인 페퍼저축은행 박정아(6407점)와 격차가 커 당분간 양효진의 기록을 깰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후위에선 교체되는 미들블로커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다.
'거미손'이란 별명답게 블로킹에 있어서도 금자탑을 쌓았다. 11년 연속 블로킹 1위에 올랐던 그는 통산 1735개를 기록했다. 2위 정대영(은퇴·1228개), 3위 김수지(흥국생명·1078개), 4위 배유나(도로공사·1019개) 등 1000개를 넘긴 선수도 4명 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몇 십년 동안 깨지 못할 수 있다. 서브득점도 364개로 황연주(도로공사·461개), 황민경(IBK기업은행·402개)에 이은 3위에 올랐다. 해외 팀에서 오래 뛴 김연경도 V리그 한정으로는 양효진의 업적을 따를 수 없다.
소속팀 현대건설의 역사는 곧 양효진의 역사다.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10~11, 15~16, 23~24시즌) 모두 양효진이 주축으로 활약한 결과였다. 리그가 중단돼 '1위'로 기록된 두 시즌(19~20, 21~22)도 마찬가지다. 정규시즌 MVP는 2회(19~20, 21~22), 챔프전 MVP는 1회(15~16) 수상했다.
대표팀에서도 양효진은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2 도쿄 올림픽(4강),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강), 2020 도쿄올림픽(4강)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이 기간 계속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김연경과 양효진, 김희진 셋 뿐이다.
그런 양효진이 떠난다. 지난 3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과 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준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 마지막까지 자부심을 갖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컵대회에서 입은 부상이 컸다. 양효진은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무릎을 다쳐 들것에 실려나갔다. 다행히 개막 전까지 회복됐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다. 훈련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경기 출전에 집중했다. 올스타전 MVP에 오른 뒤 "이제야 무릎에 물이 찼으니 다행"이라고 웃었지만, 마음 고생이 심했다. 이준성 현대건설 사무국장은 "계속해서 은퇴를 고민해왔다. 구단에선 '조금만 더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선수 의지가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은퇴 방식도 양효진다웠다. 김연경이 그랬던 것처럼 구단은 은퇴 투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양효진이 거절했다. 이 국장은 "은퇴를 한다면 4라운드 전에 결정해서 은퇴 투어를 진행하자고 했다. 그러나 조용하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구단은 코치나 인스트럭터, 어드바이저 등 양효진이 원하는 쪽으로 배려해 줄 계획이다.
대신 영구 결번은 받아들였다. 현대건설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열고 양효진의 14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 양효진이 19년 동안 줄곧 써온 번호다. 대표팀에서 룸메이트를 하는 등 절친한 선배 김연경도 은퇴식을 찾을 예정이다.
"시끄러운 건 싫다"고 한 양효진이지만 화려한 '라스트 댄스'는 꿈꾼다. 현대건설이 정규시즌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통합 우승 가능성도 남아 있다. 네 번째 우승 반지를 끼면서 은퇴하는 게 양효진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