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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농사' 짓는다더니…스마트팜 창업지원금 받아 벙커 만들고 대마 재배

중앙일보

2026.03.03 20:25 2026.03.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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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강화군의 한 비닐하우스 단지.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마약 합수본) 소속 수사관들이 A씨(36)와 B씨(36)의 비닐하우스 사이에 있는 인조 잔디를 들어 올리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비밀공간엔 LED 조명기구 등이 설치된 스마트 농업 기기와 환풍기 등이 설치돼 있었다. 수십 개의 화분에선 대마 134주가 자라고 있었다. 수확해 말려서 보관하던 대마도 2.8㎏이 발견됐다. 무려 2만8000여명(1㎏당 1만명 투약)이 투약할 수 있는 물량이다. 현장을 찾은 수사관도 “이런 공장식 대마 재배 현장은 처음”이라고 혀를 둘렀을 정도다.
지하벙커에 만든 대마 재배지 현장. 사진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수사 결과 중학교 동창인 A씨와 B씨는 2024년 1월 정부의 스마트팜 창업지원금(1인당 5억원씩 저리 대출)을 받아 바질 농사를 지었다. 전기세 할인과 월 100만원의 청년창업바우처 지원도 받았다. 그러던 중 다크웹을 통해 활동하던 판매상에게 대마 재배·유통을 제안받아 지하벙커를 만든 뒤 지난해 9월부터 대마를 재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작 비닐하우스는 텅 비어있었다고 한다. 마약 합수본은 마약류 불법거래 강제에 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하고 B씨를 입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대마 재배만 했다고 주장하지만, 인근 야산에서 이들이 숨겨 놓은 도매·소매용 대마 500~600g이 함께 발견돼 유통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지원금으로 지하벙커에서 대마를 재배한 일당 범행 개요도. 사진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자전거 타이어 등에 숨겨 마약 밀매…구치소 유통도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 출범 이후 100일간 마약 밀수·유통·재배 등 중대 공급사범 124명을 입건하고 이들 중 56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마약 밀수·재배사범 29명(20명 구속), 마약 판매사범 23명(12명 구속), 마약 유통사범 27명(10명 구속) 등이다.
마약 조직도

수사는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8개 기관 합동으로 이뤄졌다. 밀수 사건의 경우 마약사범들은 자전거 타이어, 아기 침대 프레임, 형광펜 등에 마약을 은밀하게 숨겨 들여왔다. 마약 합수본은 20대 베트남인 등이 포함된 밀수조직 3개를 적발해 밀수범 15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국내로 들여오려 한 마약만 필로폰 4.5㎏, 케타민 4.6㎏, 엑스터시 2378정 등이다.

형광펜 내부에 케타민을 은닉한 모습. 사진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구치소 내로 신종 마약인 LSD가 밀반입한 사례도 있었다. LSD는 우표 형태의 얇은 종이로 제조돼 혀로 녹여 흡수하는 신종 마약으로 필로폰과 달리 투약 흔적이 남지 않아 국제 우편 등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마약 밀수로 구속됐다 출소한 이들이 우편을 통해 구치소로 LSD를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 합수본은 마약을 밀반입한 밀수·유통책 1명과 이를 전달받은 재소자 3명을 적발했다. 적발된 재소자 1명은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 마약 사건의 주범 C씨33)씨였다. 일부 재소자는 보호관찰소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마약 시약 검사를 피하기 위해 소변을 보관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통을 위해 소분 포장한 마약류. 사진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10~30대 마약사범 증가

특히 10~30대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수사본부에 단속된 마약사범의 77%도 10~30대였다. 외국인도 41명이나 됐다. 마약 합수본 관계자는 “최근 마약범죄가 비대면·온라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익명의 점조직 형태로 마약을 유통해 온라인에 익숙한 10∼30대로 마약 범죄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추세로 범정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 대부분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만큼 국내·외 유관기관(외교부·국정원·DEA 등)과 지속적인 공조 수사로 해외 발송책 수사에 주력해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해외 도피 마약사범을 송환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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