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이 하루(5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만과 호주의 C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여정이 시작된다. WBC는 야구의 국제화를 상징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거들이 유일하게 출전하고,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도 볼 수 있다. 이번 WBC에서도 10여명의 '친한파' 선수들이 각자의 국기를 달고 출전한다.
한국, 특히 삼성 라이온즈 팬들은 파나마를 주목한다. 파나마는 푸에르토리코, 쿠바, 캐나다, 콜롬비아와 함께 A조에 속해 한국과는 4강 이후에서나 대결한다. 두 팀의 전력을 감안하면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럼에도 파나마에 눈길이 가는 건 아리엘 후라도가 뛰기 때문이다.
후라도는 2023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2시즌 동안 21승을 거뒀다. 그리고 지난 시즌 삼성으로 이적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60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특히 리그 최다인 197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했다. 후라도는 2023 WBC 예선에서도 호투를 펼쳐 팀을 본선에 올렸다. 그러나 KBO리그행이 결정되면서 정작 본선에는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의 허락을 받아 파나마 대표로 출전한다.
어머니가 파나마계인 로건 앨런(클리블랜드)이 출전하면서 큰 힘을 얻었다. 앨런은 첫 경기인 쿠바전 출격이 유력하다. 후라도는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 소속 움베르토 메히아와 함께 2, 3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푸에르토리코 또는 캐나다전 등판이 유력하다.
파나마에는 KBO리그 출신이 두 명 더 있다. 2024년 한화 이글스에서 대체선수로 영입했던 하이메 바리아와 NC 다이노스 출신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다. 바리아는 6승 7패 평균자책점 5.15에 그쳐 재계약엔 실패했다. 2024 프리미어12에도 출전했던 그는 이번에도 대표로 발탁됐다.
KBO리그에서 드문 포수 출신 외국인 선수 베탄코트는 창원NC파크 개장 첫 홈런을 쳤으나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반인 7월에 퇴출됐다. 하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반등해 빅리그에서 뛰기도 했다. 지난 시즌엔 토론토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지만 타율 0.173, 7홈런에 그쳐 콜업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은 뒤 이번 대회에 나선다.
파나마의 경우 조 편성상 2라운드 진출이 쉽진 않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현역 빅리거인 에드문도 소사(필라델피아)와 호세 카바예로(뉴욕 양키스)가 합류했고 루벤 테하다와 요한 카마고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야수진도 합류했다. 그러나 원태인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고, 맷 매닝이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나게 된 삼성으로선 후라도가 빠르게 복귀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한국과 같은 C조에 편성된 호주엔 한국 리그 경험자가 많다. 2019년과 2020년 한화에서 뛴 36세의 베테랑 워윅 서폴드가 대표적이다. 호주 리그에서 뛰며 국가대표로 자주 발탁된 서폴드는 2017년, 2023년에 이어 3회 연속 WBC 무대를 밟는다.
류지현호에 가장 많은 7명이 발탁된 LG의 '8번째 WBC 멤버'는 아시아쿼터인 좌완 라클란 웰스다. 지난해 히어로즈에서 케니 로젠버그의 일시 대체선수로 영입돼 4경기에 등판한 웰스는 LG와 연봉 20만달러에 계약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꾸린 LG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던 웰스는 호주 대표팀에 합류했다. LG에선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 역할이 유력한 웰스는 호주의 첫 경기인 대만전 선발을 맡아 한국과의 경기엔 나서지 않을 듯하다. 지난해 에르난데스의 일시 대체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던 코엔 윈도 웰스와 함께 WBC에 출전한다.
KIA 타이거즈의 아시아쿼터 선수인 제리드 데일도 대표팀에 뽑혔다. 데일은 올 시즌 박찬호가 빠져나간 유격수 자리는 물론 내야 여러 자리를 맡을 전망이다. 1군은 아니지만 퓨처스(2군)리그에 참가하는 신생구단 울산 웨일즈와 계약한 알렉스 홀도 함께 한다. 두 선수는 한국전 출전이 유력하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한국전은) 마지막 경기다. 하지만 당장 집중하고 있지는 않다. 그 전에 몇 경기가 있다"면서도 "KBO에서 뛴 경험이 있는 호주 선수들의 경험을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2024년 키움, 2025년 KT 위즈에서 뛴 엔마누엘 데헤수스(등록명 헤이수스)는 베네수엘라 유니폼을 입는다. 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며 아내의 응원소리에 힘을 냈던 데헤수스는 지난 시즌 뒤 KT와 재계약하지 못해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MLB 시범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던 그는 2023년에 이어 다시 WBC에 나선다. 3년 전엔 이스라엘전에 등판해 3과 3분의 1이닝 1실점했다.
2024년 KIA 우승에 기여했던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 예비 멤버로 뽑혔다. KT에서 맹활약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도 함께 선발돼 평가전에 나섰다. 30인 로스터 대다수가 현역 메이저리거로 채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소크라테스와 로하스도 일단 이름을 올렸다. 그는 KIA를 떠난 뒤 도미니칸 윈터리그와 멕시칸 리그에서도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2025~26시즌에는 도미니칸리그 레오네스 델 에스코기도 소속으로 47경기에 나서 타율 0.294, 7홈런을 기록했다. 다만 최종 멤버에서는 빠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만약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공화국을 8강에서 만날 수도 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는 D조 '2강'으로 꼽힌다. C조 1위는 D조 2위, D조는 1위는 C조 2위와 대결한다.
2019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브록 다익손(캐나다)은 이번에도 캐나다 유니폼을 입는다. 키 2m3㎝의 장신인 다익손은 한국을 떠난 뒤 대만 리그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었다. 6시즌 동안 통산 50승 30패, 평균자책점 3.05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2019 프리미어12에 출전했던 다익손은 카터 로웬(샌디에이고)가 불참하면서 대체선수로 7년 만에 캐나다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온타리오주 출신인 다익손은 "처음에 내 이름이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 마지막에 기회를 줘서 고맙다"며 "(고향팀인)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연습 경기를 할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고 웃었다. 그는 "2015년 팬암컵 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건 멋진 경험이었다. 국제 야구대회 정점인 WBC에 출전해 기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