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트럼프 “이란 최악은 악인 재집권”…유가 치솟자 “유조선 호송”

중앙일보

2026.03.03 22:0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 회담 도중 대(對)이란 군사 작전과 관련해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최고 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 사후 이란의 정권 재편과 관련해 “이전 지도자 같은 악인이 권력을 잡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이란의 새 지도자로 염두에 뒀던 인물들은 이번 공격으로 대부분 사망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양자 회담 자리에서 대(對)이란 군사 작전과 관련해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물음에 “최악의 상황이란 게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들(이란)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답했다. 이어 “다만 우리가 이 일을 해내고 나서 이전 지도자(하메네이) 만큼 나쁜 인물이 권력을 잡는 게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란) 국민을 위해 국가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인물이 집권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후계자 염두에 둔 인사들 대부분 사망”

트럼프 대통령은 “염두에 둔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염두에 둔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고, 또 다른 그룹이 있지만 그들도 죽었을 수 있다. 그러니 세 번째 물결이 곧 올 텐데 머지않아 우리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라비의 대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하겠지만 많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이란 내부에서 인기 있는 누군가가 더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친미 돌아선 ‘베네수 모델’ 거듭 예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후계 구도와 관련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베네수엘라 모델’ 예찬론을 다시 폈다.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ㆍ압송을 위한 미군 군사작전에도 베네수엘라 정부 체제가 온전히 유지됐다며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1억 배럴의 석유 생산으로 우리는 군사공격 비용의 몇 배를 회수했고 앞으로 석유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미국과 마두로 이후 정권 간) 관계는 좋았고, 매끄럽게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마두로 축출’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을 맡은 이후 미국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 생산 확대 정책에 발맞추고 있는 베네수엘라 모델에 대한 애착을 거듭 드러낸 것이다.

미군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월 5일(현지시간) 무장한 미국 경찰 등의 호송 속에 뉴욕시 맨해튼의 헬기 승강장에 도착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 개시 다음 날인 지난 1일에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우리가 베네수엘라에서 한 일은 완벽한 시나리오”라며 베네수엘라 모델의 이란 적용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황과 관련해선 “이란은 해군도, 공군도 없다. 모두 무력화됐다”며 “공중 감시능력도, 레이더도 무력화됐다. 군사적 관점에서 그들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평가했다.



유가 폭등 우려에 유조선 방어 약속

하지만 안팎의 비우호적 여건은 중ㆍ장기전 불사 태세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점점 더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란 남쪽의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며 유가 폭등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원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거의 10달러 올랐고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평균 소매 가격이 3달러를 넘어섰다. 2024년 대선 당시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를 외치며 석유 시추 확대를 통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치솟은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다시 오르는 상황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최악의 악재다.

차준홍 기자


“유가, 잠깐 올라도 떨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군사적 방어와 금융 지원을 약속하며 파장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또 “걸프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해운, 에너지 운송 선박 등에 미 국제금융개발공사(DFC)를 통해 합리적 가격의 보험ㆍ보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깐 유가가 조금 오를 수 있겠지만 이 상황이 끝나자마자 떨어질 것”이라며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이란 공격 개시 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첫 신호”라고 짚었다.



전쟁 비용 부담…최대 310조원 추산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도 부담이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M)의 켄트 스메터스 소장은 이번 공습의 총비용이 최대 2100억 달러(약 31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군사작전과 장비ㆍ탄약 교체 등 직접 비용만 약 650억 달러가 들고 무역ㆍ에너지ㆍ금융시장 혼란 등 추가 거시경제 비용이 약 1150억 달러 발생해 이들을 총합하면 최대 21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계산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테헤란의 한 건물이 폭파되며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 연방 대법원 판결에 따른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 관세’ 환급 비용이 1790억 달러(약 265조)로 추산된다. 전쟁 비용과 관세 환급 비용을 모두 합쳐 최대 3890억 달러(약 57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 재정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마가 일각 “이스라엘 위한 전쟁” 비판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고민은 이번 군사작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다. 지난 1일 공개된 로이터 통신 여론조사에서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답변은 27%에 그쳤다. 최저치 수준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36%와 비교해도 9%포인트가 더 낮은 수치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온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비판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 보수 성향 방송인 터커 칼슨은 지난 1일 이번 작전을 두고 “역겹고 사악하다”고 했고, 역시 폭스뉴스ㆍNBC뉴스 앵커를 지낸 보수 진영 유명 인사 메긴 켈리는 전날 “(사망한) 미군들이 미국을 위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란이나 이스라엘을 위해 죽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이 미국 우선주의 노선에 배치된다는 비판이다.



김형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