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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작은 테헤란 페르시안 스퀘어 가보니] "이제는 히잡 벗고 당당히 자유 누리자"

Los Angeles

2026.03.03 21:10 2026.03.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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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폭력, 공습보다 커
주류 언론과 온도차 있어
미국의 과한 개입은 우려
확전시 비난 향할까 걱정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일 LA 웨스트우드에서 이란계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며 축하하고 있다. 시위엔 이란정부가 불구대천의 원수로 규정한 이스라엘의 국기도 등장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일 LA 웨스트우드에서 이란계 주민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며 축하하고 있다. 시위엔 이란정부가 불구대천의 원수로 규정한 이스라엘의 국기도 등장했다.

모하메드 가파리안.

모하메드 가파리안.

루즈베 파라하니푸.

루즈베 파라하니푸.

3일 정오, 웨스트우드 지역의 페르시안 스퀘어. 이란계 미국인들이 밀집해 사는 이곳은 LA의 작은 ‘테헤란’으로 불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한 지 나흘째다. 이곳에는 이란 국기와 함께 레자 팔라비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다. 레자 팔라비는 이란에서 축출된 옛 왕세자로, 이번 공습으로 숨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이곳에서 만난 루즈베 파라하니푸(54)는 “이번 공습은 이란 국민에게 정권 교체의 기회”라며 환영했다.
 
페르시안 스퀘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파라하니푸 는 “하메네이 사망과 군 지도부의 공백으로 현재 정권은 상당히 약화됐을 것”이라며 “오랜 독재로 분노가 쌓인 이란 국민들은 이제 거리로 나와 권리를 되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라하니푸는 지난 200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반정부 및 언론 자유 운동에도 참여했다. 1999년 개혁파 신문 ‘살람’ 폐간에 항의하는 대학생 시위를 이끌었다가 이란 사법당국에 체포돼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
 
파라하니푸는 “그동안 하메네이 정권이 자국민에게 가한 폭력은 최근 며칠간의 공습보다 훨씬 더 크다”며 “반정부 시위에서 사살된 시민이 공습 사망자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UCLA 의대에 재학 중인 케일라 오데쉬(25)는 이번 공습에 대해 “이란계 여성으로서 이란 여성들이 당당하게 히잡을 벗고 더 많은 자유와 권리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주변 중동 국가 여성들이 누리는 자유를 이란 여성들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반응은 주류 언론의 보도와는 온도차가 있다.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명 중 3명(약 59%)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란 출신 언론인이자 정치운동가인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사망 소식을 전하자 뉴욕 거리에서 이를 기뻐하는 영상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에 공개하기도 했다. 알리네자드는 이 영상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에게 정의가 실현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물론 독재 정권에서 벗어날 기회를 반기면서도 전쟁 장기화와 미국 등 외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목소리도 있다.
 
파라하니푸는 “이란의 정권 교체는 이란 국민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지 미국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미국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상황이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서리 스토어를 운영하는 모하메드 가파리안 역시 “정권 교체는 오랜 기간 이란 사회의 큰 과제였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며 “다만 외부 세력의 개입이 확대된다면 이란 정권 교체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곳에서 사진관을 운영 중인 50대 이란계 미국인 A씨는 “이번 공습이 오히려 자유의 기회를 후퇴시켰다”고 평가했다.
 
아내와 아들을 제외한 친인척이 대부분이 여전히 이란에 거주 중인 그는 보복 가능성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A씨는 지난 1983년 서독을 거쳐 1999년 미국에 정착했다.
 
A씨는 “독재가 싫어 미국에 왔는데 그동안 반정부 세력이 대내외적으로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해 왔고 마무리 단계에 거의 가까웠다”며 “하지만 이번 공격으로 상황이 초기화됐다. 테헤란 곳곳이 무너진 상황에서 정권 교체보다 재건이 먼저다”고 말했다.
 
A씨는 전쟁이 확전될 경우 이란계 미국인들이 미국 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전쟁이 확대돼 미군 사상자가 늘어나거나 국내에서 관련 테러가 발생한다면 그 비난이 우리 같은 이란계 미국인에게 향할 수 있다”며 “그때마다 우리는 해명해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페르시안 스퀘어=김경준·송윤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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