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속에 서울 시내 초등학교들의 ‘규모의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와 인접한 ‘학군지’ 학교엔 학생들이 몰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눈에 띄게 줄었다.
4일 한국교육개발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도시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 실태와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서울에서 반경 500m 이내 인접한 초등학교들을 분석한 결과 각 학교의 학생 수가 최대 1052명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의 생활권에 있는 여러 초교 중에서 특정 학교에만 학생 쏠림이 발생하면서, 학생 수가 가장 적은 곳과 가장 많은 곳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서울은 같은 동네 초교 간 학생 수 격차가 부산(838명)·인천(788명)·광주(787명)·울산(603명)·대구(574명)·대전(384명) 등 다른 대도시보다도 컸다. 입학생 수에서 졸업생 수를 뺀 순입학생수 역시 서울에서는 반경 500m 이내 학교 사이에 최대 227명 차이가 나 전국 최다였다. 2위를 기록한 대구는 서울의 절반 수준인 110명이었다. 그다음이 부산(82명)·인천(79명)·광주(44명)·울산(39명)·대전(36명) 순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인접한 학교가 많을수록 서울 초교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반경 500m 안에 초등학교가 2개일 때 학생 수 차이는 평균 267명이지만, 3개일 땐 412명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이강주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밀학교는 계속해서 커지고 과소학교는 기능이 위축되면서 장기적으로 학급 운영과 교사 배치, 예산 편성 등 교육행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의 일원초·양전초·영희초는 사실상 나란히 붙어 있지만, 학생 수는 1000명 넘게 차이 났다. 2024년 기준 일원초에는 1381명이 다녀 2015년(852명) 대비 학생 수가 62.1% 늘었다. 반면 양전초는 2015년 515명에서 2024년 329명으로 36.1%, 영희초는 385명에서 264명으로 31.4% 각각 감소했다. 일원초 통학구역 인근에는 앞서 2018년 이후 약 5000 세대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양전초·영희초 근처에는 노후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와 강남구 역삼초·언주초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나왔다. 서이초·언주초는 2015년 대비 2024년 학생 수가 각각 4.5%와 7.9% 늘었지만, 역삼초는 같은 기간 24.9% 줄었다. 서이초·언주초 주변에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변화가 있었다. 이강주 위원은 “현행법상 학교 규모와 학급 수 등은 교육감이, 학교 배치는 지자체가 각각 담당하고 있어 실제 학생 수와 장래 학생 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도시 기본계획에서 교육감의 명확한 협의 의무를 부과하고, 학생 배치와 관련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0조(국가교육발전계획)와 연계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지역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신도시가 세워지면 부지를 교육 용도로 변경하는 역할을 지자체가 하지만 연말마다 학급 인원을 배치하는 건 여전히 교육청 몫”이라며 “집값에 민감한 지역 주민 민원을 차단해 ‘규모의 양극화’를 방지할 제도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