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습 작전을 결정한 과정과 관련 “어쩌면 내가 이스라엘을 행동에 나서도록 떠민(force) 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는 중동에 배치된 미군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공습이 결정됐다”고 주장해, 이스라엘이 배후에서 부추겼다는 논란을 자초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기존의 주장을 번복한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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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번복에…‘거짓말쟁이’ 된 참모들
공습 나흘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결정 배경을 뒤집는 발언을 하자, 핵심 참모들도 일제히 기존에 했던 자신의 발언을 급하게 바꿨다.
외교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연방 상원의원에 대한 비공개 브리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우리가 먼저 공격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것이 핵심이고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1년 뒤 이란을 견제할 수 없고 이란은 마음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며 이스라엘에 설득됐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루비오 장관은 바로 전날만해도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과 그로 인해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촉발될 것을 알고 있었다”며 공습을 주도한 주체가 사실상 이스라엘이라고 말했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끝낼 것”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대로 ‘공습’이 아닌 ‘전쟁’을 시작하고 기획한 주체가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이란 의미다.
함께 회견에 나섰던 댄 케인 합참의장도 제1 목표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수백개의 표적을 무력화한 주체는 이스라엘이라며, 미군은 이란의 감시망 무력화와 주요 시설 타격 등 사실상 지원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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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 전 나온 진실?…“이스라엘의 작전”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만나 공습의 배경을 뒤집은 발언을 하기 직전엔 다른 말이 나왔다.
이날 오전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정책차관은 ‘왜 작전의 1차 목표가 하메네이 제거였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이스라엘의 작전이었다”고 답했다.
콜비 차관은 또 미국이 직접 나선 이번 공습이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에 명기된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들이 이란 및 이란 대리세력 억지의 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지도록 하겠다’는 내용과 배치된다는 지적에 “NDS에는 공군 및 해군, 원격 또는 직접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명시적이고 반복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역시 이번 공습이 미국이 주도한 작전이 아닌 이스라엘의 작전을 지원하는 성격임을 시인한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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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간 계획”…기다린 듯 레바논 진격
‘속전속결’을 강조하던 미국이 이란의 예상밖의 강한 반발에 직면한 뒤 지상군 파병을 비롯한 장기전 전환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는 것과 달리 이스라엘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다.
이스라엘은 전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자마자 헤즈볼라의 정보 책임자를 제거한 뒤 이날 레바논의 전역을 목표로 한 지상군 전선을 구축하고 진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헤즈볼라의 반격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28일 공습 작전 개시와 동시에 10만 명의 예비군을 소집했다. 대부분 레바논 진격 작전을 위한 보병과 기갑 부대 전력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원한 이스라엘의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레바논 깊숙한 곳까지 지상군을 침투하는 작전은 수개월간 계획한 끝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공습 몇 주 전엔 이미 일선에 지시가 내려가 (침투) 병력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이 나선 이란 공습은 헤즈볼라의 개입을 불러오고, 이는 헤즈볼라에 대한 ‘완전 궤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즈볼라의 소규모 드론 공격 직후 “이스라엘이 기다려온 순간이 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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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갔다”
NYT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과 미국 및 이스라엘 당국자 등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을 승인한 배경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집요한 설득이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시작할 무렵이던 지난달 11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이 전쟁 계획을 방해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설득에 넘어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굳히고, 그 자리에서 이미 공격 개시일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란과의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란 주변에 항공모함 2척과 지원함 12척을 비롯한 첨단 전투기와 폭격기 등 공습을 준비했다. 이란과의 협상은 사전에 확정된 공습을 준비하기 위한 사실상의 ‘기만 전술’이었다는 의미다.
공습 준비가 거의 완료된 지난달 18일 열린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선 댄 케인 합참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이 상당한 미군 사상자를 낼 수도 있다”고 언급했고, 온건파로 알려진 JD 밴스 부통령마저 “이란을 공격할 거라면 크고 빠르게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의견에 고민 했지만, 결국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의 주요 지도부가 특정 장소에 모일 거란 중앙정보국(CIA)의 첩보에 공습을 결정했다고 한다. 악시오스는 아예 “지난달 23일에 생산된 해당 정보가 이스라엘의 첩보 기관이 확보한 정보이고, CIA는 이를 재확인했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3일 이란 지도부의 회동 첩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며 공습 작전 실행을 강하게 요구했다. CIA를 통해 첩보의 신빙성을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즉시 네타냐후의 최종 설득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한 뒤 지난달 27일 오후 텍사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작전명 장대한 분노를 승인한다. 중단은 없다. 행운을 빈다”는 공격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