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 산업전(AW 2026). 미국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에도 투입된 ‘원키트(하나의 자동차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순서·종류별로 정리하는 장비)’ 설비를 재현한 현대글로비스 부스에는 ‘원키트 자동 피킹 로봇’이 쉴 틈 없이 자동차 부품을 옮기고 있었다. 사람의 팔 한쪽을 로봇으로 만들어 놓은듯한 모습이다.
로봇은 사람의 손격인 ‘그리퍼’로 부품을 집어 옮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집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는 사람 손보다 더 다양한 방식으로 물건을 다룰 수 있는 로봇이었다. 그리퍼 끝에 문어 빨판처럼 동그란 흡착식 장치 ‘석션패드’가 달렸다. 부품에 닿으면 연결된 튜브를 통해 공기를 빨아들여 부품을 그리퍼에 붙이고, 부품을 이동시켰다. 이후 부품을 원키트 각 칸에 내려놓고 안쪽으로 넣을 때는 집어서 넣었다. 물건을 집는 사람의 손을 그대로 모방한 로봇이 아니라, ‘집기’와 ‘흡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그리퍼’가 적용된 로봇이기 때문이다.
최근 로봇 업계의 화두는 인간의 외형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하지만 이날 전시회에서는 인간 자체의 형상보다는 ‘손’ 또는 ‘발’ 등 신체 기능을 극대화하거나 뛰어넘는 특화 로봇들이 실제 공장 등 현장에 투입될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대비 개발 속도가 빠르고, 개발 비용이나 에너지 사용면에서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제조업 공장에는 부품을 옮기는 손만 필요하지, 로봇이 이족 보행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 그리퍼 개발에 참여한 김태훈 현대글로비스 자동화기술개발팀장은 “분류 같은 아주 단순한 반복 작업에는 휴머노이드 투입 자체가 낭비일 수 있다”며 “산업현장마다 필요한 기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꼭 인간 모양일 필요는 없고, 필요한 부분만 기능을 특화해 개발하는 것이 비용이나 기능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그리퍼 로봇의 경우 흡착식으로 부품을 5㎏까지, 집을 경우 13㎏까지 이동할 수 있다. 한규헌 현대글로비스 미래물류기술센터 상무는 “얇고 가벼운 것부터 모양이 다양한 비정형 물체를 하나의 그리퍼로 조작하기 위해서는 흡착식이 최적화 모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발’ 대신 ‘바퀴’를 채택한 로봇은 이미 상용화 채비를 마쳤다. 현대차그룹 R&D본부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모베드(MobED)’는 이날 국내 5개 로봇 솔루션 기업·10개 부품사와 ‘모베드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국내 상용화 개시를 발표했다. 모베드는 바퀴 4개로 움직이는 모바일 로봇 플랫폼이다. 4개의 독립 구동 휠과 앞뒤·좌우뿐 아니라 상하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편심 구조가 핵심이다. 기존 바퀴 달린 장비나 로봇이 울퉁불퉁한 길이나 경사로에서 수평을 유지할 수 없는 점을 극복했다. 또 공장 내 투입을 위해 특별한 설비가 필요하지 않고, 모베드의 폭인 약 800㎜ 공간만 있으면 운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보다 바퀴 달린 로봇이 실외 공정에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베드는 시속 10㎞ 속도로 최대 20㎝의 단차를 넘고, 10도의 기울기까지는 흔들림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김영훈 로보틱스사업2팀장은 “사람이 서 있을 때도 힘이 들듯 로봇을 두 발로 서있게만 해도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효율면에서 바퀴가 뛰어나다”며 “빠르게 넓은 공간을 움직일 때 훨씬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로봇 윗부분에 모듈을 결합해 다양한 산업 현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데, 현재 투입 논의도 대체로 야외 중심이다. 최리군 로보틱스사업실장은 “물류·제조 현장 외에도 거대한 선박 위 드론 스테이션으로 쓰이거나 골프 필드에서 골프백을 옮기는 등 협업의 범위는 상당히 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