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가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으로 막을 올렸다.
러우친젠(婁勤儉)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이란 정세를 묻는 튀르키예 기자의 질문에 “어떤 나라도 국제 사무를 통제하거나 타국의 운명을 좌우하고 이익을 독점할 권한이 없으며 세계에서 제멋대로(我行我素·아행아소) 행동할 수 없다”고 했다.
러우 대변인이 말한 “제멋대로”는 고전 『중용(中庸)』에서 유래한 관용어다. 이달 말 9년 만에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고려해 고전을 인용해 비난의 수위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중국은 이란 정세를 면밀히 주시한다”며 “즉시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긴장 상황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중국은 책임 있는 대국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방관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러우 대변인은 “중·미는 협력하면 모두 유리하고, 다투면 서로 다친다”며 “협력 목록을 늘리고, 문제 목록을 압축한다면 양국 관계는 안정되게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모든 레벨, 모든 채널의 소통을 강화해 양국 협력이 더 광활한 공간을 열기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을 향해서는 냉랭한 입장을 유지했다. 중·일 관계와 주변국 외교를 묻는 싱가포르 기자 질문에 러우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자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일본 지도자의 대만과 관련한 잘못된 발언에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중국 국민은 어떤 외부 세력의 중국 내정 간섭을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중국의 주권·통일·영토의 완결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경제 측면에선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예고했다. 러우 대변인은 “휴머노이드는 신비로운 인체와 쌍둥이처럼 공존해야 한다”면서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 중국은 원천 혁신과 핵심 기술에서 난관 돌파를 강화하고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의 융합을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기술을 실험실에서 꺼내 실제 시장에 출시하는 산업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천안문 광장에 눈보라가 나부낀 가운데 오후 3시(현지시간) 만인대례당에서는 위원 47명이 결석한 가운데 국정 자문 및 통일전선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이 열렸다. 주석단 2열인 정치국위원석은 지난해보다 3명이 줄면서 좌석 사이가 눈에 띌 정도로 넓어졌다. 지난 1월 숙청된 장유샤(張友俠) 중앙군사위 부주석, 지난해 낙마한 허웨이둥(何衛東) 군사위 부주석과 낙마설이 나오는 마싱루이(馬興瑞) 전 신장 당서기도 참석하지 못했다. 군 수뇌부 숙청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석단에 군복 차림의 군 대표는 서너 명에 불과했다. 장성민(張升民) 신임 군사위부주석은 시진핑 주석의 왼쪽 뒤에 착석했다.
왕후닝(王滬寧) 정협주석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쑨중산(孫中山·1866~1925) 선생의 탄생 160주년 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11년 청조를 무너뜨린 신해혁명을 주도한 쑨중산은 중국과 대만이 모두 국부(國父)로 모시는 인물이다.
올해 양회는 오는 12일 폐막한다. 경제·민생·외교 세 분야에 대한 장관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시 주석이 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연이은 숙청 이후 동요하는 군심을 어떻게 다잡을지도 올 양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