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이란이 온다고? 난 전혀 신경 안 써! 그들은 이미 끝난 나라잖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한국시간)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불참 가능성에 대해 "난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I really don't care)"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공동 개최국의 수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냉혹한 발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거침없는 '입포'가 이번엔 월드컵 무대를 정조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 지도자까지 잃으며 국가 기능이 마비된 이란을 향해 "기진맥진한 패배자"라고 낙인을 찍은 것. 평화의 제전이어야 할 2026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 전부터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포화와 정치적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은 심하게 패배한 나라다. 그들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They are exhausted)"라며 공습으로 만신창이가 된 이란의 현 상황을 비꼬았다.
현재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가 사살되고 혁명수비대 지휘부가 몰살당하는 등 건국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축구공 대신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월드컵 참가는 사치라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당초 이란은 아시아 예선을 가뿐히 통과하며 4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벨기에, 뉴질랜드, 이집트와 G조에 묶인 이란은 미국 LA와 시애틀에서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특히 대진 결과에 따라 16강 길목인 댈러스에서 '앙숙' 미국과 단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도 제기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서바이벌 게임'이다. 메흐디 타지 이란축구협회장은 현지 매체를 통해 "희망적으로 월드컵 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사실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이란은 FIFA가 주최한 참가국 회의에도 유일하게 불참하며 '노 쇼(No Show)'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약 이란이 본선 무대를 포기한다면 대가는 가혹하다. 기본 배당금 1,050만 달러(약 155억 원)를 날리는 것은 물론, 기권 벌금과 차기 월드컵 예선 제외라는 FIFA의 철퇴를 맞게 된다. 160억 원 이상의 재정적 손실과 축구 변방으로의 추락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백악관은 이번 공습을 통해 "테러 지원 세력의 수장을 제거함으로써 월드컵을 관람할 수백만 명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스포츠의 순수함보다는 '안보'와 '응징'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축구장 잔디 대신 초토화된 폐허 위에서 신음하는 이란 축구. 그리고 그들을 향해 "오든 말든 상관없다"며 문을 걸어 잠근 트럼프. 중동 발 '축구계 잔혹사'가 본선 무대 전체를 뒤흔드는 가운데, FIFA가 공언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월드컵'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