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이게 진짜 캡틴의 품격이지, 근데 발목 괜찮은 거 맞나?." 승전고를 울렸지만, 팬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미국 현지 매체 '올레 USA'는 2일(한국시간) 공식 SNS를 통해 휴스턴 다이너모전 직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가는 손흥민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손흥민은 경기 중 입은 충격 때문인지 왼쪽 발목에 커다란 아이스팩을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밝은 표정이었지만,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증을 참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자신을 기다린 어린 팬들의 모자에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고, 카메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여유를 보였다. 경기장 안에서 상대의 거친 견제를 실력으로 뚫어낸 '전사'가 경기장 밖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슈퍼스타'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손흥민이 부상 우려를 낳은 건 지난 1일 열린 휴스턴과의 2026 MLS 2라운드 원정 경기였다. 이날 손흥민은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지만, 상대의 집중 견제는 도를 넘었다.
전반 종료 직전, 휴스턴의 안토니오 카를로스가 공과는 상관없이 손흥민의 아킬레스건 부근을 뒤에서 강하게 짓밟았다. 한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한 손흥민의 모습에 벤치와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주심은 망설임 없이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꺼냈다. 후반 31분에도 아구스틴 보자트가 단독 찬스를 잡던 손흥민을 잡아채며 또 한 장의 퇴장이 나왔다. 이날 LAFC가 거둔 승리와 수적 우위는 모두 손흥민의 발끝과 희생에서 시작된 셈이다.
일부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카를로스의 퇴장이 가혹하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경기 후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의 설명은 단호했다. 그는 "손흥민의 발목에는 상대의 태클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자칫 시즌 전체를 망칠 뻔한 대형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천만한 장면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번 12일 동안 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속에 있다.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당한 발목 충격은 평소보다 더 큰 피로와 통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팀 내 대체 불가능한 자원인 손흥민이기에, 구단 의료진 역시 그의 회복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승리의 기쁨 뒤에 남은 차가운 얼음팩은 '월드클래스'를 향한 상대의 시샘 섞인 거친 견제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절뚝이는 발걸음에도 끝까지 팬을 챙긴 손흥민의 '아이스팩 사인회'는 미국 축구계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