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우먼’ 양효진(37·현대건설)이 화려한 은퇴 투어를 사양했다. 영구결번은 받아들였다.
양효진은 여자 프로배구 역사를 썼다.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후 올 시즌까지 19년을 한 팀에서 뛰면서 통산 564경기에 출전해 2167세트에 나가 8354득점을 기록했다. 득점 2위 페퍼저축은행 박정아(6407점)와 격차가 커 당분간 기록을 깰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거미손’이란 별명답게 블로킹에서도 금자탑을 쌓았다. 1735개로 통산 1위. 1m90㎝로 프로 최장신인 그는 2009~10 시즌부터 2019~20 시즌까지 무려 11년 연속 블로킹 1위를 기록했다.
서브득점도 364개로 황연주(도로공사·461개), 황민경(IBK기업은행·402개)에 이어 3위다. 해외 무대를 누빈 김연경과 달리 묵묵히 국내 무대를 지킨 결실이다.
현대건설이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2010~11, 15~16, 23~24시즌)을 차지할 때도 맹활약했다. 정규시즌 MVP는 2회(19~20, 21~22), 챔프전 MVP는 1회(15~16) 수상했다.
국가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2 런던 올림픽(4강),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강), 2020 도쿄올림픽(4강) 등 3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이 기간 계속 태극 마크를 단 선수는 김연경과 양효진, 김희진 셋뿐이다.
그런 양효진이 떠난다. 지난 3일 구단을 통해 은퇴 의사를 밝히며 “남은 시즌 마지막까지 자부심을 갖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컵대회에서 무릎을 다친 게 컸다. 다행히 개막 전까지 회복됐지만,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았다. 이준성 현대건설 사무국장은 “구단에선 ‘조금만 더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은퇴 의지가 확고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은 그에게 원정 경기마다 상대 팀의 축하를 받는 ‘은퇴 투어’를 제안했지만 양효진은 사양했다.
향후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구단은 코치나 인스트럭터, 어드바이저 등 양효진이 원하는 쪽으로 배려해 줄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은퇴식을 열고 14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 양효진이 19년 동안 줄곧 써온 번호다. 대표팀 룸메이트였던 절친한 선배 김연경도 은퇴식을 찾을 예정이다.
“시끄러운 건 싫다”고 한 양효진이지만 화려한 ‘라스트 댄스’는 꿈꾼다. 현대건설은 정규시즌 2위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통합 우승 가능성도 남아 있다. 네 번째 우승 반지를 끼면서 은퇴하는 게 양효진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