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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필향만리’] 易反易復小人心(이반이복소인심)

중앙일보

2026.03.0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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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한문으로 기록하는 중국어는 단어의 형태 변화가 없이 한 글자가 하나의 뜻을 갖는 고립어(孤立語)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보다도 짝을 맞추기가 쉽다. 그래서 한문은 예로부터 구절마다 짝을 이루는 대구(對句)가 발달했다. ‘봄꽃, 가을 열매’라는 뜻의 춘화추실(春花秋實)을 예로 보자. 한글 문장은 봄꽃과 가을 열매가 의미상으로는 분명한 짝을 이루지만, 글자 수는 각각 두 글자와 네 글자로서 짝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한문은 춘화와 추실이 각 두 글자씩 글자 수도 완벽하게 짝을 이룬다. 오늘의 ‘이반이복소인심(易反易復小人心)’구절도 실은 앞 구절 ‘이창이퇴산계수(易漲易退山溪水)’와 짝을 이루는 대구다. 전후 대구를 연결하여 해석하면, “쉽게 불었다가 쉽게 빠지는 게 산속 시내의 물이고, 쉽게 뒤집혔다가 쉽게 되돌아오는 게 소인배의 마음이다”가 된다. 지면의 제약 때문에 뒤 구절만 서예 작품화하고 해석도 뒤 구절만 했지만, 전후 대구를 함께 읽으면 비가 내릴 때마다 쉽게 변하는 계곡물의 양과 지조 없이 변덕이 심한 소인배의 마음을 대비함으로써 상호 상승효과를 유발함을 느낄 수 있다. 간사한 소인배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꼬집기 위함이다.

易:쉬울 이, 反:돌아올 반, 復:돌아올 복. 돌아섰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게 소인의 마음이다. 24x67㎝.
매월당 김시습 선생의 경세시(警世詩·세상을 일깨우는 시)에는 ‘예아변응족훼아(譽我便應足毁我), 도명각자위구명(逃名却自爲求名)’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를 기려 칭찬하던 사람이 곧 나를 헐뜯고, 명예를 피하겠다던 사람이 도리어 명예를 구하네”라는 뜻이다. 배반은 거의 다 내게 아부하며 나를 추켜세우던 사람에게서 나온다. 명예를 버리고 조용히 살겠다고 떠드는 사람은 대개 그 떠드는 말로 오히려 명예를 얻고자 한다. 다 상황 따라 이익을 좇아 이반이복하는 불나비 소인배들의 소행이다. 그러다가는 불에 데어 죽을 수도 있을 텐데.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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