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서울의 어느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새 학기를 앞두고 자녀 교복을 맞췄지만 품질·서비스 모두 실망스러웠다는 경험담이었다. “아이들이 입는 것도 즐거워하지 않고, 관리하기도 힘든 교복”, “(교복 구매를 지원하는) 입학 지원금도 결국 세금인데 아무도 반기지 않는 세금 축내기”라는 글쓴이의 비판에 수십여 개의 공감 댓글이 이어졌다.
신학기마다 되풀이되는 교복을 향한 불만은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 다수가 정장형 교복을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취재 중 만난 경기도 수원의 고교생은 “교복 바지를 입고 수업 듣는 게 너무 불편해 교실에 가자마자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입학지원금은 사실상 정장 교복에만 쓸 수 있어, 생활복·체육복의 추가 구매를 위해 수십만원의 부담이 추가로 든다.
가격 논란의 ‘주범’으로 비판받는 업체들도 억울함을 호소한다. 업체들은 “교복 가격 상한 제도로 인해 10년 넘는 동안 교복값은 6만원 올랐을 뿐”이라고 했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을 고려하면 품질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이 지출한 교복지원비는 총 1조527억원에 이른다. 연평균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교복을 둘러싼 주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2017년 관련 업무가 교육청으로 이관된 이후 사실상 교복 문제를 방치해왔다. 대통령의 비판(2월 12일)이 나온 뒤 부랴부랴 가격 조사, 정장 교복 폐지 권고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교육계에선 근본적인 해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가격 구조를 개편하고 품질을 높일 획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올해 교복을 생활복으로 바꾼 경기 김포 운양중의 경험은 주목할 만하다. 구성원 투표를 통해 정장 교복을 폐지한 이 학교는 학생들이 새 교복의 디자인·원단 선정에 참여하게 했고, 학생이 원하는 디자인·품질을 업체들에 밝혀 가격 경쟁을 유도했다. 학교 관계자는 “체육복과 생활복이 비싼 이유는 정장 교복을 제작하는 업체만 제작·판매할 수 있는 관행 탓인데, 경쟁을 살리자 가격이 내려가고 품질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교복 지원 제도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지 않고 학생·부모의 실질적인 만족도를 높이려면 품목별 상한가로 가격을 누르는 식의 규제만으론 불가능한 일이란 얘기다. 학생을 위한 교복을 위해, 정부·교육청·지자체·학교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