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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사건조작, 살인보다 나빠”

중앙일보

2026.03.0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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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사진) 대통령이 4일 “정의를 실현하라고 국민이 맡긴 수사·기소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빼앗고 감금하기 위해 하는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은 일반 범죄자가 저지르는 강도나 납치, 살인보다 더 나쁜 짓”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 왜곡죄법,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 3법’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최대 쟁점인 법 왜곡죄법에 힘을 보태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이날 오전 마닐라 현지에서 X(옛 트위터)에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 대한 진술 조작이 이뤄진 정황을 다룬 언론 기사를 공유했다. 기사에는 김 전 회장이 2023년 3~6월 “이 대통령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다”거나 “검찰이 이 대통령을 엮으려고 허위 진술을 회유한다” 등의 취지로 말한 구치소 접견 녹취록이 담겼다.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 제123조의2)는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된 증거를 알면서 재판·수사에 사용한 경우, 해당 사건을 맡은 판검사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정청래, 조희대 겨냥 “사퇴도 때가 있다…거취 표명하라”

이 대통령이 ‘증거 조작, 사건 조작’을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 여권 관계자는 “자의적 법 적용에 대해 처벌하도록 한 법 왜곡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이 4일 X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내기 전까지 사법부에선 법 왜곡죄 반대 주장이 확산하는 분위기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전날 출근길에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법관들의 개별 재판을 두고 악마화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국민들께서 심사숙고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사법 3법에 공개 반대했다.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여권 인사도 반대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강고한 입장이 알려지자 이날 여권의 표적은 ‘조희대 사퇴’로 좁혀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지금 사법 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이냐”며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거취를 표명하기 바란다”고 거듭 요구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이 입혀 준 법복을 입고 ‘헌법과 법률’ 뒤에 숨으면 썩은 냄새까지 사라지는 줄 아느냐”며 “하루속히 사퇴하는 것만이 ‘법’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압박했다.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도 분출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조 대법원장 탄핵을 논하는 세미나에 참석해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사법 개혁도 몹시 어려워진다. 돌파구는 탄핵뿐”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탄핵을 논의하거나 계획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저열한 정치 검찰의 조작기소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이제 국회의 의무”(한병도 원내대표)라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외에도 ▶대장동 사건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국정조사 대상 사건 7건을 확정했다. 민주당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대상 사건은 거의 확정됐다. 5일 추진위 회의를 거쳐 12일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사법 체계 전반의 정당성을 뒤흔든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8개 사건, 12개 혐의로 받고 있던 5개의 재판은 대통령 당선으로 절차가 멈춰 있을 뿐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방탄에 목을 매니 민주당은 이런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사법 학살’을 자행하고,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추진하겠다며 별도의 특위까지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법 3법은 조만간 공포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이 있는데, 그걸 다 무시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4일 마닐라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필리핀 내 한국인 대상 범죄자에 대한 엄벌을 강조했다. 특히 필리핀에서 징역 60년형을 받고 수감 중인 ‘마약왕’ 박모씨를 언급하며 “한국 사람 3명을 살해했다고 하고, 교도소 안에서 지금도 대한민국으로 마약을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며 “(필리핀에) 임시 인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오현석.하준호.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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