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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원장 사퇴 압박한 여당, 사법부 독립 훼손 더는 안 된다

중앙일보

2026.03.04 07:26 2026.03.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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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범여권의 공세가 도를 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사법 개혁에 대해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거냐”고 말했다. 전날 조 대법원장이 사법 3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그제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밝힌 게 잘못인가. 여당 대표가 사법부 수장을 예우하지는 못할망정 ‘저항군 우두머리’라고 깎아내린 것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훼손한 부적절한 처사다. 국회의 입법은 무조건 ‘개혁’이고 사법부 반박은 ‘저항’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힘든 편협한 논리다.

정 대표가 “1년이 넘도록 사법 개혁안을 다듬고 또 다듬었다”고 한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등을 담은 사법 3법 통과를 입법 독주라고 부르는 이유를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법 왜곡죄는 본회의 의결 직전 내용을 일부 수정해 졸속 입법이 탄로 났다. 어제 대한변협 회장 출신 등 원로 법조인들이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권력 구조의 변경 시도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헌법적 검토 없이 밀어붙이듯 처리됐다”고 낸 성명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범여권 의원들의 한 모임은 어제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촉구하는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국회는 법에 따라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내란 청산의 최종 종착역은 조희대”라는 식의 인신공격에 집중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등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사법부를 흔드는 게 내란 청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40일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법부 독립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새 대법관 제청과 임명에서 대법원장과 청와대가 갈등을 빚는 모습은 사법에 대한 권력의 입김을 드러내는 불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삼권분립의 핵심인 사법부 독립은 누구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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