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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 전쟁이 흔드는 금융시장, 실물경제 전이 막아야

중앙일보

2026.03.0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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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사이드카(거래 일시 중지) 발동에도 12% 넘게 폭락했다. 이틀 누적으로는 20% 가까운 대폭락이다. 전날 밤 뉴욕 금융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은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800원을 돌파했다. 전쟁이 이란의 결사항전으로 계속 격화하면 한국은 꼼짝없이 고환율·고유가·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에 갇히게 된다. 3고 확산을 막기 위한 대비책이 시급해졌다.

당장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기는 한국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란은 유조선 10척이 불탔다고 주장했고, 이에 미국 해군이 유조선을 호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국내 선박 26척도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이 묶여 있다. 원유 소비량 세계 7위 수준인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 원유의 70.7%, LNG의 20.4%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은 6개월분에 달하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재고는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실물경제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출 호조와 함께 경기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로선 비상 상황이다. 이란이 페르시아만 주변국에 있는 미군 시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드론 공격을 이어가면서 국내 기업의 중동 사업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에 진출한 140여 국내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도시 네옴시티를 비롯해 원전과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 등 중동에서 100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물류가 막히면 자동차·스마트폰·K뷰티 등 주력 상품 수출에도 먹구름이 낀다.

상황이 위중한데도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거시경제 금융 현안 간담회(F4)는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그간 언론의 거듭된 ‘빚투’ 경고에도 “이제는 주식에 투자할 때”라며 주가 띄우기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깡통계좌 속출이 우려될 만한 증시 패닉 상황에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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