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체육 현장에서 지도자로 제약 없이 활동한 인물이 최근 5년 간 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4일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운영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2020년 8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앞선 5년간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폭행과 성폭행을 포함해 각종 범죄로 지도자 자격증 취소 처분을 받은 222명이 학교, 클럽 등 체육 현장에서 버젓이 선수들을 가르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체육회 상급 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0년 8월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인물에 대해서만 체육지도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자격증 보유자에 대해 정기적으로 범죄 이력 조회가 이뤄지는 점을 활용해 범죄자를 걸러내기 위한 조치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건 “지도자들이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체육회가 관련 제도 시행을 올해 말까지 6년 유예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결격 대상 지도자들에 대해 소정의 소명 절차를 거쳐 등록을 금지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체육회에 통보했다”면서 “문체부에도 체육회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적절히 행사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및 종목별 지원 방식에도 불공정 요인들이 다수 드러났다. 감사원이 29개 종목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종목 단체 이사 또는 경기력향상위원이 해당직을 유지한 채 대표팀 지도자로 활동한 사례가 70건이나 됐다. 지도자 선임 및 선수 선발 기준을 정하는 인물이 스스로 지휘봉을 잡은 셈이지만, 체육회는 이를 방치했다.
국가대표 선발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최근 3년 간 대표 선발 관련으로 해당 종목 단체에 접수된 24건의 이의신청은 모두 기각됐는데, 이중 13건은 체육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체육회가 합리적인 사유 없이 특정 종목 대표팀의 지원 등급을 대폭 상향 조정하거나, 또는 반대로 전 선수촌장이 자의적 판단으로 특정 종목 선수단의 입촌 훈련을 제한하는 등의 불공정 사례도 확인했다.
학교 폭력 가해 선수에 대한 사후 관리도 미흡했다. 체육회는 지난 2021년 11월 가해 학생의 대회 참가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고도 이를 외면했다. 자료 확인 없이 대회 참가 선수들이 형식적으로 제출하는 서약서에만 의존하다 보니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총 152명의 가해 이력 선수들이 각종 대회에 적게는 한 차례, 많게는 13차례까지 출전했다.
감사 대상 기간 체육회를 이끈 이기흥 전 회장의 방만·부실 행정도 질타를 받았다. 감사원은 “이 전 회장이 이사회, 스포츠공정위원회 등 체육회 주요 의사 결정 기구에 자신과 연관 있는 인물을 다수 배치해 관련 정관을 위배했다”면서 “문체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예산 관련 규정을 임의로 고쳐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 부담을 초래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조리 대부분이 전임 회장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들”이라면서 “지적사항에 대해 문체부와 공조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