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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로 금간 美-유럽 동맹…전쟁 두고 결국 갈라질 판

중앙일보

2026.03.04 12:00 2026.03.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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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우산에 무임승차 말라”며 동맹에 부담 분담을 압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경시 기조가 이란 전쟁 국면에서 주요 유럽 동맹의 기지 제공 거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평소엔 각자도생을 요구하다 유사시엔 동맹의 영토를 빌리겠다고 나서는 트럼프의 이중 잣대는 향후 대만 유사시 등의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직면할 딜레마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대이란 공습 과정에서 미군의 군 기지 사용을 불허·지연한 핵심 동맹국들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자국 카디스의 로타 해군기지와 세비야의 모론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한 스페인에 대해선 “스콧(베선트 재무장관)에게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 거래를 끊으라고 지시했다”며 경제 보복을 시사했다.

또 인도양 차고스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했다가 뒤늦게 제한적으로 허용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겨냥해선 “어리석은 섬 문제로 관계를 망친다” “윈스턴 처칠이 아니다” 등의 비난을 늘어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인 독일 앞에서 함께 연합군을 이끌었던 처칠과 스타머를 대비한 건 80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나타낸 말로도 풀이됐다.

집단적 자위권을 근간으로 하는 나토 국가들이 동맹국의 군사작전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맞선 건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따라서 관세와 그린란드 병합 문제에 이어 이란 공습을 거치며 미국과 유럽 간 동맹 관계가 본격적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 “정당화할 수 없는 군사 개입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란 공습 직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 공습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프랑스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역외 기지 방어에 나서기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핵추진 항공모함인 샤를드골함과 호위함을 지중해로 출격시켜 자국 기지를 방어하는 한편, 미국에 사용을 허가한 뒤 이란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영국 기지에 대한 방공망 지원을 결정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미국이 옛날처럼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유럽에 안보 책임을 넘겨 놓고, 정작 이란 등에 무력 개입을 강행하는 등 고립주의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 동맹으로서는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사이에서 미국이 어떤 기조로 가려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동맹에도 자국 안보는 스스로 지키라고 요구해 왔다. 당장 이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쇄적으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과 자산이 재배치될 수도 있다. 대만 유사시를 상정하면 미국이 영국, 스페인에 한 요구를 한국에도 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나토의 상황은 아시아 동맹들에도 이른 시일 안에 닥칠 수 있는 일”이라며 “새로운 동맹의 기준과 역할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지원.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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