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드라마 ‘헤일로’ 기자간담회에서 “동양을 대표하는 글로벌 배우가 되고싶다”고 말했던 한국계 호주인 배우 하예린(28)이 금의환향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 4의 여자 주인공 소피 백으로 전세계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4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제 글로벌 배우가 되는 길의 시작점에 서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답변을 유창한 한국어로 이어갔다.
2020년 첫 시즌을 시작한 ‘브리저튼’ 은 미국 작가 줄리아 퀸이 쓴 동명 소설 시리즈(총 8권)를 원작으로 한다. 19세기 영국의 리젠시 시대를 배경으로, 귀족들의 사교계 문화를 현대적으로 다루며 인기를 누렸다. 지난달 26일 8부작이 모두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4는 공개 후 영어권 작품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톱(TOP)10 쇼 부문 1위에 오르며 시리즈의 영향력을 다시 입증했다. 연극배우 손숙의 외손녀인 하예린은 호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할머니가 ‘예전에는 손숙의 손녀 하예린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엔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이라고 바뀌었다’고 하시더라. 뿌듯하기도, 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예린은 2019년 ABC TV 시리즈 ‘리프 브레이크’로 데뷔해 파라마운트+ ‘헤일로’(2022·2024) 시리즈로 인지도를 쌓았고, 2024년 ‘브리저튼’ 시즌 4에 캐스팅됐다.
그는 “어느 날 에이전시에서 24시간 안에 ‘브리저튼’ 제작진에게 보낼 연기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당시 엄마가 계신 한국 태안에 머물고 있었다. 두 장면을 하루 만에 외우고 연기해서 보냈다”고 말했다. 이후 상대 배역과의 연기 합을 맞추는 화상 오디션에 참여했고, 소피 백 배역을 맡아달라는 답신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브리저튼’ 시즌 4는 소설 시리즈의 네 번째 권 『신사와 유리구두』를 원작으로 한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신데렐라를 모티브로 했다. 사교계 활동을 꺼리던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슨)이 가면무도회에서 하녀인 소피 백을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하예린은 “신데렐라 이야기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데렐라에서는 더 높은 계층인 왕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주저 없이 손을 잡는다면, 소피는 베네딕트의 손을 곧바로 잡지 않는다. ‘브리저튼’은 계층, 외모, 사회적 지위를 벗어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릴 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재치 있고 내면의 도덕적 기준이 높은 소피 백의 모습은 나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종다양성은 ‘브리저튼’이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다. 시즌 1엔 짐바브웨와 영국 혼혈 배우인 레게 장 페이지가, 시즌 2엔 인도계 영국인 시몬 애슐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동아시아계 인물은 하예린이 연기한 소피 백이 처음이다.
이는 할리우드 업계의 변화로도 읽힌다. 하예린은 “4년 전 ‘헤일로’ 때와 비교해 봤을 때 유색인종 배우들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느껴진다”며 “특히 동양인 배우들에게 역할이 많이 주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국에서 하예린이라는 이름을 고수하며 활동하는 그는 이날 “기회만 있다면 감사히 임하고 싶다”며 한국 활동에 대한 소망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