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안철수(4선) 의원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인사는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부산은 우리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안 의원에게 출마 제안을 한 것”이라며 “안 의원만큼 중도 확장성과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드문 상황에서 당도 살고 본인도 대권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은 답을 주진 않았다고 한다.
6·3 지방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안 의원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안 의원의 출마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의 물밑 흐름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3일 안 의원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경기지사 출마를 제안했다. 김 지사는 “‘행정을 하게 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선당후사 정신으로 나서달라’고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안 의원이 경기지사 등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 주면 충청권 선거에도 도움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적극적이다. 장동혁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연휴 기간이던 지난 1일 안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아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 인사는 “누구의 의사입니까”라는 안 의원의 물음에 “지도부의 뜻도 다르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장 대표도 안 의원과 독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근 안 의원 등판론이 쇄도하는 건 서울·경기·부산 등 지방선거 ‘빅3’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에게 열세로 나타나는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는 줄을 잇고 있다. 후보감 자체가 마땅치 않은 경기지사뿐 아니라 부산시장 역시 고전하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여론 추세 상으로 비등하던 서울이 역전되고 부산·경기는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며 “안 의원의 출마를 통한 분위기 전환이 절실하다”고 했다.
안 의원이 ‘빅3’ 어디든 출마가 가능하다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영남 중진 의원은 “부산은 안 의원이 태어난 고향이고, 경기는 안 의원의 지역구(경기 분당갑)가 있다”며 “네 번의 대선과 세 차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인지도 면에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안 의원이 계엄 해제에 적극적이었고, 당론을 거스르면서까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찬성한 것도 안 의원의 큰 장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의원은 선명한 찬탄파여서 절윤 문제에서 자유롭고 중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의 반감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게 큰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런 안 의원은 최근 정부·여당 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정원오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6일 페이스북에 “정 구청장은 생뚱맞게도 서울 성동구의 휴양시설을 자신의 고향인 여수에, 자기 소유의 농지와 가까운 위치에 건설했다”며 정 구청장을 때렸다. 그러자 정 구청장도 곧바로 “명백한 정치적 흠집 내기다. 힐링센터는 구민의 투표로 결정된 사업”이라고 받아쳤고, 양측의 긴장도는 높아졌다.
다만 안 의원은 출마에 선을 긋고 있다. 안 의원은 4일 “서울·경기든 부산이든 직접 출마할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이번 선거에선 오세훈 시장을 포함해 우리당 후보들을 돕기 위해 지원에 앞장서겠다는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