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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수사외압 의혹' 검사 기소했지만…동기 못밝힌 특검

중앙일보

2026.03.04 12:00 2026.03.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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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섭 특별검사가 지난해 12월 6일 서초구 사무실에서 열린 특검팀 현판식에서 각오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수사해 온 상설특별검사팀이 5일 약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공소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특검은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기존 검찰의 불기소 판단을 뒤집고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간부까지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수사 외압의 동기를 끝내 규명하지 못한 채 기소가 이뤄지면서 법조계에선 무리한 기소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팀은 지난달 3일 쿠팡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의혹을 받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전·현직 대표들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기존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부천지청이 지난해 4월 내린 불기소 처분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검찰은 CFS 일용직 근로자들이 1일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상근성이 없고 퇴직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의 심사를 거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만큼 CFS의 고의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특검은 CFS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을 목적으로 근로자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 채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했고, 일용직 근로자들을 사실상 상용직처럼 채용·관리해 왔다고 판단했다.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안권섭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특검은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지난달 27일 해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특검은 김 전 차장이 당시 사건 담당이던 문지석 전 부장검사를 배제한 채 이례적으로 직접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수사 막판까지 김 전 차장과 CFS 측 변호를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간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지만, 수사 외압의 구체적인 동기나 청탁 정황 등은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은 특검의 기소가 무리한 기소라고 반박하며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 엄 전 지청장은 기소 당일 기자회견을 열고 “옛날 안기부가 사건을 조작했듯 증거를 조작해 기소했다”며 “문지석 부장의 사적 복수를 대신해주기 위해 공적인 특검이 법리와 증거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이 사건은 ‘대검 보고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를 누락했다’거나 ‘김동희 차장이 쿠팡에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는 의혹 등으로 특검이 출범했다”며 “하지만 이런 혐의로는 어느 하나 기소되지 않았다. 그것만 봐도 문지석 부장이 거짓말로 저희를 무고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엄희준 검사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안권섭 쿠팡·관봉권 상설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기소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은 “직권남용으로 유죄가 인정된 판례를 보면 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가 있어야 하고 동시에 개인의 사적 이익이나 다른 부정한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며 “상급자의 판단을 직권남용으로 의율하려면 청탁을 받는 등 부당한 동기까지 규명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관봉권 사건은 이첩 가능성

또 다른 수사 대상이었던 서울남부지검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특검 수사 기한이 종료되는 이날까지 고의성 여부 등을 두고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신응석 전 남부지검장과 이희동 전 남부지검 1차장, 최재현 검사, 수사관 등을 입건해 조사해 왔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해당 분실에 대해 ‘고의성이 없다’는 취지의 감찰 결과를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특검은 이들의 고의성 입증이 어려울 경우 불기소 처분 대신 특검법에 따라 사건을 관할 검찰청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오늘 오후 2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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