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손꼽히는 이란 전문가인 모하메드 살리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은 3일(현지시간)로 나흘째 계속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란의 완전한 굴복 또는 정권교체를 통한 ‘뉴 중동(New Middle East)’ 건설”이라고 했다.
살리 연구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완전히 무릎을 꿇는 ‘굴복’과 현 정권의 ‘축출’ 가운데 먼저 현실화하는 쪽을 수용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살리 연구원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이 곧바로 ‘신정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이란의 정권 교체는 미·이스라엘 군사작전의 지속성·정밀성·범위·규모에 달려 있으며 여기에 대중 시위 등 국내 행동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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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선택지 ‘걸프전 이후 이라크 모델’ 가능성”
살리 연구원은 이번 군사 작전 이후에도 이란 현 체제가 존속해 반미 노선을 유지할 경우 미국의 전략적 선택지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침공한 쿠웨이트를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해방한 뒤 미국과 영국은 소수민족 보호를 명분으로 이라크 북부와 남부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이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공군력 사용을 제한하고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
살리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작전이 2003년 개전돼 2011년까지 8년을 끈 이라크전의 수렁에 다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미국의 지상군 배치 징후가 아직 없다”는 점을 들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살리 연구원은 이란·이라크 정세와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을 20년 이상 연구해 온 미국 내 대표적인 중동 전문가다.
Q : 하메네이가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1차 목표는 달성한 셈인가.
A : “트럼프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른 이란의 항복, 아니면 그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올 정권교체 그 사이 어디쯤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해체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중동의 친이란 대리 세력(proxy network)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정권 타도를 독려했지만 사실 현 정권이 유지되더라도 미국 앞에 무릎을 꿇고 약화된 상태로 남는다면 그 역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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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사망, 체제전환 직결되진 않아”
Q : 하메네이 사후 이란 신정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A : “하메네이는 체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접착제 같은 존재여서 그의 죽음은 체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란 체제는 단일 권력 중심이 아닌 다중 권력 중심의 회복탄력성이 내재돼 있다. 하메네이 한 명의 부재가 곧장 체제 전환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군사작전이 특히 정치·군사 지도부를 더 많이 제거할수록 정권교체 가능성은 커진다.”
Q : 이란은 ‘최대 보복’을 천명했는데.
A : “이란은 지난해 6월 ‘12일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다. 여러 국가의 목표물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분산형 지휘통제 체계’를 구축했다. 전쟁의 지리적 범위를 넓혀 주변국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군사작전 중단을 압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란의 전략이다. 이미 이라크·레바논·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란의 군사 능력과 자원은 제한적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란의 대응은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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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상군 없으면 ‘이라크전 수렁’ 없어”
Q : 이란의 저항이 완강하고 예상외로 길어질 경우 미국이 과거 겪은 ‘이라크전의 덫’에 다시 빠질 수 있나.
A : “가능성은 있다. 다만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결정할 때만이다. 지금으로선 미국이 그럴 계획이나 의지를 보인다는 징후는 없다. 미국은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점령보다는 현 정권의 잔존 핵심 세력과 협상을 통해 미국의 전략적 취향에 맞게 행동하는 이란을 만드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정권의 전면적 붕괴는 오히려 이란 내부의 불안정과 혼란을 낳고 장기적으로는 내전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치달을 수도 있다.”
Q : 이번 군사작전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의지를 되려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A : “이란은 앞으로도 핵무기를 보유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끊임없는 감시를 받을 것이다. 이란이 설사 협상 재개를 시도한다 해도 핵 프로그램이나 우라늄 농축 능력 측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모하메드 살리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의 연구자 겸 저널리스트. 미 외교정책연구소 국가안보 프로그램 비상근 선임연구원.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동 현지에서의 풍부한 취재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바탕으로 미 정부 및 국제기구에 다양한 정책자문 활동을 해 오고 있다. 20여년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과 싱크탱크, 학술지 등에 중동 이슈와 관련해 활발하게 기고하며 명성을 쌓았고, CNN·알자지라 방송 등에서 이란을 포함한 정세 해설자로 활약하며 중동 전문가로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