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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영화계 봉준호’ 됐다…망한 옷가게 사장의 반전

중앙일보

2026.03.04 12:00 2026.03.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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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호(45)씨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뭘 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가장(家長)이었다. 의류 편집 매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10억원까지 달성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직격탄과 시대 변화 속에 매장 월세 500만 원조차 감당하지 못해 결국 모든 사업체를 눈물로 접어야 했다. 이민까지 꿈꾸던 허씨는 AI(인공지능) 3분짜리 영상으로 불과 6개월 만에 국제 영화제를 휩쓴 ‘AI계 봉준호’로 거듭 났다.

박민지(42)씨는 두 번의 대학 중퇴와 5년의 경력 단절로 산후 우울증과 번아웃까지 겪었다. 9살 아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주려다 우연히 잡은 AI 도구로 억눌린 창작 욕구를 발산했고, 최근 중국 4대 AI 기업으로 꼽히는 미니맥스(영상 제작 AI 하이루오 개발사)로부터 스폰서십 제안을 받았다.

산부인과 전문의 이예지(40)씨는 겉보기엔 화려한 엘리트 의사지만, 그 이면엔 가정 폭력의 짙은 상처가 있었다. 존중받지 못하는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며 여성 인권을 고민했고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국경없는의사회(MSF) 일원으로 오지를 누비며 의료 봉사를 하면서 지위·신분·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의료 AI’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귀국 후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해 고통받는 국내 갱년기 여성들을 위해 AI로 24시 갱년기 진료 앱 ‘JIJI(지지)’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었다.


허준호(왼쪽부터) 박민지, 이예지씨. 김민정 기자

AI로 삶의 새 장(章)을 연 이들의 생존 DNA는 무엇일까. 지난 한 달간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의 ‘AI 신(新)직업의 세계’에서는 AI 기술을 도구 삼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보통 사람’의 삶과 경험을 추적했다.

①경험의 자본화
허준호씨에게 감독 타이틀을 안겨준 다큐멘터리 ‘핵교 맹글라’는 전남 완도의 섬마을 노부부의 적막한 일상에 베트남 노동자가 들어오고, 그 노동자의 아이가 가족처럼 자리 잡으며, 결국 이 아이를 위해 할아버지가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바람이 이뤄지는 내용이다. 허씨가 아이와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 우연찮게 들른 완도의 편의점, 그곳에서 목격한 외국인 노동자의 고단한 현실이 모티브가 됐다. (계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919


②취향·미감(美感)
박민지씨가 내놓은 AI 이미지·영상이 글로벌 기업과 뭇 사람의 이목을 끈 건 ‘실사 같은 AI 이미지’ 때문이다. 모공이나 주근깨, 미세한 주름, 표정까지 극사실주의에 기반을 둬 인물을 창조한다. 가령 AI로 만든 ‘Women Beings(여성이라는 존재)’ 이미지는 박씨가 이탈리아 유학 당시 밀라노 지하철에서 마주한 출퇴근 여성의 피로한 모습을 AI 이미지로 구현한 것이다. ‘패션의 성지’ 밀라노의 화려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일상을 채우는 여성들의 진짜 모습을 더 주목하고 싶었다. 그는 당시 경험·감정을 기록으로 남겨 복기(復棋)했고, AI 시대에 남들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프롬프트(명령어)를 만드는 무기가 됐다. (계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4369

박민지씨가 이탈리아 유학 당시 밀라노 지하철에서 마주한 출퇴근 여성의 피로한 모습을 AI 이미지로 구현한 것. 패션의 성지 밀라노의 화려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일상을 채우는 여성들의 진짜 모습을 담고자 했다. 사진 박민지 제공


③AI 시대 ‘N잡러’는 고정값
이예지씨는 낮엔 산부인과 의사, 퇴근 후에는 1인 기업 메디칼티카를 운영하는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삼성메디슨 수석 컨설턴트로 일하며 AI 기반 초음파 기기 개발과 관련해 자문도 했다. 4월 출시 예정인 JIJI(지지) 앱은 이씨가 만들었다. 전문 개발자가 아니었지만, AI를 잘 부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계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7302



※ 보통 사람의 일과 삶, AI 생존기를 담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중앙플러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AI 기업의 러브콜을 받은 프롬프트 작법(作法)은 무엇인지 등 이들의 생존 비기를 담았다.




김민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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