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요즘 사무실 'AI 전투모드'…누가 뭘 쓰든 '당근' 100% 비용 지원 [알파고 쇼크 10년]

중앙일보

2026.03.04 13: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여러분이 원하는 일자리는 10년 안에 사라질 거예요.’
1년 전 온라인 소셜 플랫폼 레딧 내 ‘통역’ 토픽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MT(기계번역)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 인간 번역가는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우리 시야를 넓힐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적었다. ‘AI에 가장 먼저 대체될 직무’에 늘 거론되는 업 자체에 대한 불안, ‘그럼에도 생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담긴 이 글은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 꽤 오래 회자됐다.

어느 한 곳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10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일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화두다. 발 빠른 기업들은 업종에 상관 없이 AI를 업무 곳곳에 녹여 직원들의 ‘인당’ 효율을 끌어올릴 시스템 마련에 분주하다. 누군가는 AI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업무 지형에 헤매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새 기회를 모색한다. 그야말로 치열한 각자도생의 시기, AI 이후 시대를 사는 이들의 생생한 생존기를 담았다.

①직군 상관없이 AI 풀지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해 3월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전체 미팅에서 ‘AI 전투모드’를 발령했다. 회사가 100% 지원할 테니 직군 구분 없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AI든 아낌 없이 결제해 사용해보라는 취지였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왼쪽부터 권우석 백엔드 개발자, 김수지 PM, 천재윤 서비스운영실 ML 파트장. 장진영 기자

5년차 개발자인 천재윤 당근 서비스운영실 ML 파트장은 “지난해 4월쯤 동료 개발자들끼리 ‘AI가 생산한 코드를 믿을 수 있느냐’고 논쟁했는데, 반년도 채 안 돼 ‘AI로 더 좋은 코드를 만드는 방법’으로 화두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권우석 당근 백엔드 개발자는 “AI 없이 코딩하는 개발자는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밥 먹으러 갈 때든 잠을 잘 때든 AI를 거의 상시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개발 직군도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더 넓어졌다. 8년차 기획자인 당근 김수지 PM은 “예전엔 ‘기술적으로 안 되는 기능’이라고 했던 것들이 AI로 가능해지는 걸 보면서 새 모델이 나오면 최대한 다 써보며 업무에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전했다.

비 IT 기업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국내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KPR은 지난 1월부터 피지컬 AI를 주제로 사내 ‘AI 해커톤’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3월 최종 결과를 앞두고 5개 팀이 경합 중이다. 김일유 KPR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실험하고 조직 차원에서 미래 고객 경험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KPR은 기사 모니터링 등 핵심 업무에도 논조 분석 및 여론 변화의 추이 등을 감지하는 AI 솔루션을 도입했다.

②위협받는 일자리, 중심 잡기
한 글로벌 IT 회사에서 영어 번역 업무를 하던 한모씨는 지난해 초 회사로부터 ‘직무를 전환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AI 도입 및 비용 절감 차원에서 회사가 통·번역 직무를 없애기로 결정해서다. 종종 업무 과정에서 챗GPT로 번역 초안을 돌리며 ‘AI가 내 직업을 가져갈 수 있겠다’ 느껴온 한씨는 고민없이 회사의 제안을 수락했다.

회사에서는 한씨에게 서비스 운영, 그로스 마케팅, PR 등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한씨는 이 중 자신의 전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해외 PR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그는 “통번역 일을 정말 좋아했지만 AI가 통번역 전반에 침투하는 걸 보며 ‘다른 일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던 터라 기회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1세대 시각효과(VFX) 전문가인 장성호 모팩 스튜디오 대표. 장 대표는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 전반에 AI를 도입해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낼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24년 오픈AI의 ‘소라’부터 지난달 중국 바이트댄스의 ‘시댄스 2.0’까지 동영상 AI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영상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찾아왔다. 한국 영화 1세대 시각효과(VFX) 전문가로 영화 ‘해운대’, ‘명량’, 드라마 ‘무빙’ 등의 CG와 북미에서 지난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킹 오브 킹스’ 감독을 맡았던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곧 화산이 폭발할 것 같은데 왜 아무도 대비하지 않을까’ 의아했다. 광고업계 지인들에게선 이미 ‘클라이언트가 단가를 후려쳤다’, ‘일감이 없다’ 등 곡소리가 나고 있었다. 영화계에도 곧 파고가 닥칠 거란 확신이 들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AI를 수용해 최대치로 사용하자. 우리의 최종 목표는 ‘AI를 도대체 어디에 쓰신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미지를 만드는 아트워크 단계와 최적 결과물을 골라내는 큐레이션 단계 등 주요 공정마다 AI를 도입해 효율을 최대치로 만들어 낼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장 대표는 “과거에는 서른 명 정도 팀을 꾸려 아트워크 작업을 했다면, 이제 두 세 사람 만으로도 가능해지고 있다”며 “안목 있는 아티스트들은 AI로 오히려 대규모 자본을 빚지지 않고도 좋은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자유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궁극의 효율’ 1인 창업 생존기
오픈AI 등 AI 기업들은 생성 AI를 굴리면 혼자서도 기업 수준의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될 거라는 전망들을 내놓는다. 카카오에서 풀스택 개발자로 4년 간 일하다 퇴사 후 2017년 말 데이팅 앱 ‘커피한잔’을 1인 창업한 김재호씨는 최근 이 전망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김씨는 “통상 한 달 정도 걸렸을 개발 작업이 이틀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김씨의 커피한잔 앱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성장해 현재는 대기업 다니던 시절 월급보다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클로드 코드 등 AI 툴을 업무에 도입해 하루 2~3시간 정도만 일해도 무리가 없을 수준까지 효율을 끌어올렸다.

데이팅 앱 '커피한잔' 앱을 1인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솔로프리너 김재호 개발자.

김씨는 흥분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새 서비스를 만드는 건 혼자 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작업이었는데, 너무 쉽게 되니 처음에는 신이 났다. 근데 점점 ‘개발자가 아니어도 이제 누구나 이런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최근 김씨의 목표는 머릿속 아이디어를 최대한 서비스로 빠르게 구현해 내 커피한잔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서비스 깃발을 하나라도 더 시장에 꽂는 것. 이를 위해 요즘엔 디자인이나 심리학 책도 읽고 있다. 김씨는 “AI를 계기로 직무 경계는 흐릿해지고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이럴 때일수록 무기를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더 자세한 기사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주소창에 링크를 붙여넣으세요.

AI 마스터 클래스 PDF북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인공지능(AI) 모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데, 정작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생활은 뭐가 달라졌을까. 주변에 생성 AI 써서 덕봤다는 사람들은 줄줄이 나오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 ‘AI 마스터 클래스’ PDF북은 챗GPT, 제미나이부터 클로드, 그록까지 지금 가장 뜨겁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표 생성 AI 서비스의 실전 활용 법을 다뤘다. AI뿐만 아니라, 노션·슬랙·옵시디언처럼 요즘 많이 쓰지만 막상 편리한 기능을 낱낱이 알기는 어려웠던 생산성 도구 활용법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정도는 너무 쉽다고? MCP 연결하기, X에서 여론 파악하기 같은 상위 1%만을 위한 심화 과정도 담았다. 챗GPT 한 번도 안 써본 사람부터 아직도 인터넷 검색을 수십 번 해가면서 보고서를 쓰고 있는 사람, 인포그래픽을 PPT 수작업으로 한땀 한땀 만들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 버튼을 눌러 메일을 보내고 있는 사람까지. 직장 업무부터 연구조사, 학업에 각 분야에 똑똑해진 생성 AI, 어떻게 쓰면 좋을지 싹 다 정리했다.
https://www.joongang.co.kr/pdf/1019

‘데이터 분석’ 야근 없애버렸다, AI 길들인 당근 직원의 첫 질문
“PM은 프로덕트 매니저가 아니라 프롬프트(명령어) 매니저야.” 당근 김수지 PM이 요즘 동료들과 주고받는 농담이다. 누구나 AI 챗봇에 질문을 던질 순 있지만 그저 그런 평범한 답변과 당장 서비스에 꽂아도 되는 고퀄리티 답변 사이엔 넘을 수 없는 ‘프롬프트의 벽’이 존재한다. 중고거래 가격 추천, 후기 작성 등 당근 앱 내 각종 서비스를 기획하는 8년 차 PM 김수지 PM이 AI를 활용해 야근을 획기적으로 줄인 비법을 공유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5774



홍상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