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HD오일뱅크, GS칼텍스 등 한국 원유 운반선 7척이 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5일 파악됐다. 경제계는 국회와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석유화학·정유·무역통상 등 업계가 참여한 ‘중동 현황 및 대미 관세 협상 관련 현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중동 지역 물류 상황을 브리핑했다.
김 의원은 “석유화학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국내 유조선 7척이 묶여있다”고 밝혔다. 이어 “7척까지 묶여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있었다”며 “구조조정 중인 정유 업계의 사정상 환급제도 등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묶여있는 7척 중 원유선 1척에는 대한민국 전체 하루 원유 소비량에 해당하는 약 200만 배럴이 실려 있다. 석유화학·정유 업계는 현재 업종별 원유 수요에 대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정부가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박 7척이 해협 인근에서 발이 묶여 꼼짝도 못 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항로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장기화하면 국가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해협 전체 폭 55㎞ 중 유조선 통항 가능 구간은 10㎞ 이내로 모두 이란 영해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의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의 타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장기 봉쇄 가능성에 따른 우려가 나왔다.
김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될 경우 리터당 수송원가가 오르고 수급 다변화를 찾기 위한 부담이 증가하므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 시 리터당 운송 원가도 함께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제외한 다른 운송 루트로 다변화하더라도 운송료 상승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중장기적인 반도체 수급·수요 문제도 지적됐다. 반도체 생산의 필수 소재인 헬륨의 90%가 중동에서 수입되고 있다.
김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7∼8기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이었는데,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수급·수요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며 “또한 UAE 등에서 조달하는 켈륨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에도 차질을 빚어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의 당면 현안을 소개했다. 또 “반도체 업계는 석유 가격 인상이 국내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단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기에 가격 경쟁력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했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분야에서 정교한 수급 시나리오를 작성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김 의원은 “에너지 208일 치의 정부 비축분이 있다곤 하지만 현장 요구와 맞물려 구체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며 “다행히 가스 수요 피크인 겨울이 지났지만, 보관이 어려운 LNG 수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요청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