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을 알선한 상조업체 장례지도사에게 4년간 3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지급해 온 장례식장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장례업계에 리베이트 관행이 만연했다고 보고,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 전국 장례식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장례지도사들에게 유가족 알선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한 양주장례식장에 해당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5일 밝혔다. 해당 장례식장은 2021년 11월~2025년 8월 112개 상조업체 장례지도사에 총 3억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가족 알선비는 ‘콜비’로 불리며, 선(先)콜과 후(後)콜로 나눠 지급됐다. 유가족을 알선한 상조 장례지도사에게는 건당 70만원의 선콜이 지급됐고, 장례지도사의 알선이 통하지 않더라도 건당 20만원의 후콜을 지급해 장례지도사들을 관리했다.
제단을 장식하는 꽃 역시 주요 리베이트 대상이었다. 해당 장례식장이 실질적으로 운영ㆍ관리하는 꽃집에서 제단꽃을 구매하도록 알선하는 대가로 제단꽃 결제금액의 30%를 리베이트로 지급했다. 장례업계에서는 ‘제단꽃R’로 통했다고 한다.
장례식장 선택은 고인의 사망 직후 촉박한 시간 속에서 이뤄지는 데다, 장례식장 특성상 가격, 품질을 비교해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상조회사 직원 등 타인의 권유에 의존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리베이트의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리베이트는 유가족의 비용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장례식장은 리베이트 비용을 고려해 유가족에게 장례식장 비용을 받아왔다. 리베이트 수수를 거부한 장례지도사가 소개한 경우나 상조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찾아온 유가족에게는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내부방침도 운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례업계에서는 리베이트를 관행적인 사례금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며 “시정 명령을 통해 거래 관행을 바꿔 가격, 서비스 경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장례업계에 뒷돈 관행이 만연했다고 보고 전국 주요 장례식장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세민 공정위 서울사무소장은 “장례식장 리베이트는 장례비 상승을 초래해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불공정거래행위”라며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 소비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례식장 중 리베이트 혐의가 포착되는 곳을 위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상조보증공제조합이 2024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8.9%가 장례비용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당시 조사에 사용된 평균 장례비용은 2015년 기준 1380만원으로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제 부담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올해 산업재해로 사망 시 장례비용은 최저 1394만원에서 최고 1927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