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국을 탈락시킨 호주 돌풍이 다시 분다. 벌떼 마운드와 장타력을 앞세워 대만을 물리쳤다. 대만에 촉각을 세웠던 한국 대표팀도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호주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경기에서 1라운드 C조 경기에서 대만을 3-0으로 이겼다. 호주는 대만을 꺾고 대회 첫 경기부터 이변을 일으켰다.
호주는 야구 변방이다. 호주 리그가 있지만 세미프로리그다. 미국, 일본, 한국 등이 겨울인 11~2월에 치르는 윈터 리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30인 중 현역 메이저리거는 1번 타자 트래비스 바자나(클리블랜드), 2번 타자 커티스 미드(탬파베이) 두 명 뿐이다. 대부분 호주 리그 선수들이고 마이너리거 5명이 합류했다. KBO리그 아시아쿼터로 뽑힌 매클란 웰스(LG 트윈스), 제리드 데일(KIA 타이거즈), 올해부터 퓨처스(2군)리그에 참여하는 울산 웨일즈의 알렉스 홀이 몇 안 되는 해외파다.
다만 WBC가 열리는 시기가 3월이란 건 이점이다. 다른 리그 선수들이 몸 상태를 만들기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호주 리그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해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한 데이브 닐슨 감독은 세계 야구 흐름에 빠삭하다.
스타일은 뚜렷하다. 에이스급 투수가 없기 때문에 여러 명의 투수를 이어 던지게 한다. 타자들은 정교하진 않아도 힘 있는 스윙을 한다. 3년 전 한국전에서는 투수 9명을 쏟아붓고, 홈런 3방을 몰아쳐 8-7로 이겼다. 한국은 '호주 쇼크'를 맞고 2승 2패로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반면 호주는 3승 1패로 일본에 이은 조 2위로 사상 첫 2라운드(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26 WBC 첫 경기에서도 호주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호주는 LG 웰스의 쌍둥이 형인 알렉산더 웰스를 선발로 내세웠다. 왼손투수 웰스는 볼티모어에서 뛰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선 12경기 등판에 그쳤고, 2024년 호주 리그로 돌아왔다. 최고 구속은 시속 약 140㎞로 빠르지 않으나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대만 타자들을 요리했다.
닐슨 감독은 3이닝 무안타 6탈삼진 무실점한 웰스를 빠르게 내렸다. 4회부터는 잭 오로클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빅리그 4경기 경험이 있는 오로클린은 웰스와 달리 장신(1m96㎝)에서 내리꽂는 시속 150㎞대 강속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3이닝 2피안타 무실점. 5회 초엔 선두 타자 릭슨 윈그로브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로비 퍼킨스가 선제 투런 홈런을 날렸다. 7회엔 2024년 MLB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바자나가 솔로포를 터트렸다.
마지막엔 마이너리그 출신 존 케네디가 마운드에 올랐다. 희귀한 좌완 사이드암 유형인 케네디는 9회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막아내면서 3이닝 무실점하고 경기를 매조졌다. 세 투수는 모두 50개 이하를 던져 9일 열리는 한국전 등판이 가능하다.
대만은 첫 경기를 잡기 위해 지난해 '대만의 문동주'로 불리는 쉬뤄시(25)를 선발로 내세웠다. 최고 시속 158㎞의 강속구를 뿌리는 쉬러시는 지난해 WBC 예선에서 맹활약했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3년 15억엔(140억원)에 계약했다. 쉬뤄시는 4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그러나 이어 나온 투수들이 무너지고 3안타에 그치면서 충격패를 당했다. 대만과 조 2위를 다툴 것으로 생각했던 대표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8일 대만전은 물론 호주전까지 놓칠 수 없게 됐다.